새, 또한 우리들이다 - 세상 만물은 하나이다
새, 또한 우리들이다 - 세상 만물은 하나이다
  • 승인 2016.08.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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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정표에서 수많은 도시 이름을 만나게 됩니다. 이 이름들 중에서 엿볼 수 있는 하나의 특징은 앞부분이 대개 ‘San’으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산호세(San Jose), 산안토니오(San Antonio), 산마리노(San Marino), 샌디에고(San Diego),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등이 그것입니다.

접두어 ‘San’은 ‘Saint(聖)’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각 도시들은 이곳과 관련이 있는 성인(聖人)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성인이 여기를 거쳐 갔다 하여 붙인 이름인지, 아니면 이 성인들처럼 살아가겠다 하여 붙인 이름인지는 더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만, 일부 도시들은 이곳 개척시대에 이곳에 복음을 전한 희생적인 지도자들의 세례명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산호세 시의 경우, 호세라는 이름을 가진 지도자가 도시 발전의 기초를 놓는데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하여 붙인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프란시스코는 유럽에서도 자주 만나는 이름입니다. 미술관에 가거나 성당에 가면 으레 성(聖) 프란시스코 일대기를 나타낸 그림이나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그림 중의 하나는 ‘새들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시스코’라는 그림입니다. 사실적인 두 나무 사이에서 프란시스코 성인이 새들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뒤에 서있는 수사(修士)가 웃음을 참고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프란체스꼬, 프란치스코 등으로도 표기되는 이 이름은 이탈리아에서 큰 상인으로 활동하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인데, ‘프랑스인’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프란시스코 성인은 뜻한 바 있어, 가업을 포기하고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구도(求道)의 길에 올랐습니다.

프란시스코 성인은 이 세상은 본래 하느님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되었지만, 인류가 저지른 원죄 때문에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되었으므로, 스스로 회개하여 구원을 이루어야 한다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설파하였습니다.

그는 인간과 동물을 막론하고 모두 하느님의 피조물이므로 서로 공경하고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설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바위나 새, 꽃 등이 모두 우리의 형제 자매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면 모든 자연물과 교감할 수 있다고도 가르쳤습니다.

프란시스코 성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 그의 일대기를 다룬 <작은 꽃송이(Fioretti)>라는 책에는 자연을 향한 그의 사랑을 알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일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루는 프란시스코 성인이 몇몇 수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는데, 우연히 길 옆에 있는 나무 위에 수많은 새가 가득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프란시스코 성인은 반가워하며 동료 수사들에게 “제가 우리의 자매들인 새들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잠시만 좀 기다려주십시오.”라고 말하고는 나무에게로 다가갔습니다.

프란시스코 성인이 나무와 새들을 향해 “자매들이여, 우리들은 모두 하느님의 주관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새들이 모두 프란시스코 성인의 발아래로 내려 와 설교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마리도 날아가지 않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뒷날 여러 화가들이 프란시스코 성인에 대한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일화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오직 자연과 일체가 되어 청빈하게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이 본래 우리에게 제시한 삶의 길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사람들을 괴롭히는 늑대를 설득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는 인간은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할 의무가 있다고 설교한 것을 그대로 실천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뒷날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프란시스코 성인을 생태계의 수호 성인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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