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사회의 역할부터 돌아보자
가정의 달, 사회의 역할부터 돌아보자
  • 승인 2016.05.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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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사진
매년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칭하여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자녀와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한다.

어릴 적 어린이날이면 행사장에서 무한반복 되던 어린이날 노래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라난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영원한 이 사회의 숙제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12일 깡마른 몸,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반바지 차림으로 더군다나 맨발의 11살짜리 한 소녀의 세상으로의 탈출과 이로 인해 드러난 아동학대 문제는 이런 우리들의 숙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 2013년 8월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 2014년 10월 울산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작년 12월 부천 초등생 아들 토막 살인사건, 지난 2월 부천 백골 여중생 사건, 역시 2월 경기 광주 야산 큰딸 암매장 사건, 그리고 3월 평택 원영이 사건, 2개월 여아 학대방치 사망사건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드러나는 연이은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부모’라는 이름과 ‘사회’라는 울타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위 사건들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가해자들이 부모라는 점, 피해자들이 지속적 학대를 당했으며 대부분 장기 미출석 아동이라는 점이다.

‘부모’, 누군가에겐 가슴 시린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피해자들에겐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지난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경우 81.8%가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본인의 심리적 · 신체적 ·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약한 자신의 자녀들에게 학대 · 방임의 폭력적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다.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이를 감추려는 부모, 이는 취학 아동들의 장기 미출석으로 이어져 그들 중 몇몇은 ‘탈출소녀’, ‘훼손된 아들 시신’, ‘백골 여중생’, ‘큰딸 암매장’, ‘사라진 원영이’라는 아픈 이름으로 이 사회에 각인되고 있다.

가족이 한 가정의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면 이제는 사회가 그 울타리가 되어 주자.

고통 속에서 보내오는 학대 아동들의 사인(sign)을 앞으로는 옆집 사는 이웃, 학교의 교사, 동네를 순찰하는 경찰관들이 알아채 주자.

우리 주변의 아이가 계절에 맞지 않거나 깨끗하지 않은 옷을 계속 입고 다니는 경우, 유치원이나 학교에 뚜렷한 이유 없이 지각이나 결석이잦은 경우,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 지체 없이 112로 신고하여 119나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가족들 간의 사랑이 넘쳐나는 가정의 달 5월, 그러나 연이어 드러난 아동학대 사망사건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에 의해 처참히 죽어간 어리고 여린 생명들이 지금 이 사회를 향해 마지막 손짓을 하고 있다.

혹시 그 손짓은 자신들과 같은 불행 속 죽음을 겪는 아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해 달라는 이 사회를 향한 그들의 간절한 외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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