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23일 월요일    단기 4350년 음력 9월4일(癸未)
  • 문을 열면 어떤 길이 어떤 어두운 밝음이 어떤 미로가 나를 이끌 것인가 나는 내다본다 속에서 어둠의 뇌성은 치고 나가고 싶다 초록의 문을 열고 싶다 나는 또 나가고 싶잖은 마음이 인다 또는 잠시 나..
    01-02 21:40
  • 새가 되고 싶은 나
    꽃이 새가 될 수 있다면 나무가 새가 될 수 있다면 돌멩이가 새가 될 수 있다면 땅따먹힌 땅이 새가 될 수 있다면 검은 비닐이 새가 될 수 있다면 오색 풍선이 새가 될 수 있다면 구름이 새가 될 수..
    01-01 20:47
  • 아래만 바라보아도 바다까지 이른다. ◇문무학(文武鶴)=1949년 경북 출생  1982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1988년 시조문학문학평론 추천  문학박사  시조집   현대시조문학상 대..
    12-29 18:34
  • 따뜻한 종이컵
    종이컵이 따뜻하다. 공원 한 귀퉁이에 허름한 중년처럼 앉아 있는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다가, 문득 객쩍은 생각을 해본다. 짚둥우리 속에서 막 꺼낸 달걀은 암탉의 항문으로 나온 게 안 믿어..
    12-28 21:43
  • 꽃나무
    꽃나무를 본다 잎은 따가운 햇살 바늘을 초록 손바닥으로 받으며 견디고 가지는 겨울 삭풍을 앙상한 온몸으로 아우성치며 견디었다 뿌리는 또 어떠한가 늘 캄캄한 땅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단 한 번 자신의..
    12-27 21:52
  • 그 사람의 말
    그 사람의 말에는 늘 여지가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깊숙이 끌어안는 여유와 부드럽고 넉넉한 여백, 어떤 대상이든 결코 혼자 차지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어법으로 자기화 하면서도 언제나 그 누구와도..
    12-26 21:50
  • 이런 택배가 있었다
    참기름 한 병, 고춧가루 한 봉지, 볶은 땅콩, 튀긴 검정콩, 무말랭이 한 봉지 그리고 작은 스티로폼 박스 하나 주방에 펼쳐진 택배의 목록이다 먹을 것들을 주욱 펼쳐놓고 생각한다 여든을 바라보는 외..
    12-25 22:01
  • 야이 새끼야
    중증 소아마비 걸음 불안한 아버지와 얼굴 꼭 빼닮은 다섯 살 아들이 냉천 둑에서 놀고 있다 카메라를 든 아버지는 연신 아들에게 둑 가까이는 못 가게 한다 너 거기서 떨어지면 아무도 구해줄 수 없다고..
    12-22 21:38
  • 저 산 넘어
    저 산 넘어에는 무엇이 있길래늘 아버지는 저 산 바라보시며 담배를 피웠을까 이따금 술 드실 때도 고추나 멸치보다 저 산을 더 많이 씹으시며 한 병 다 비우셨다늘 궁금하여 고향 가는 길에 산 주위를..
    12-21 21:44
  • 풍경이 흔들린다
    어금니 하나를 빼고 나서 그 낯선 자리 때문에 여러 번 혀를 깨물곤 했다 외줄 타는 이가 부채 하나로 허공을 세우는 건 공기를 미세하게 나누기 때문, 균형을 깨지기 위해 있는 거라지만 그건 농담일..
    12-20 21:56
  • 그리움 지우기
    그리우면 길을 나서라 그리움에 삶이 허망하고 그리움이 애절하여 밤새 잠 못들 때 신 새벽에 행장 꾸러 길을 나서라 등짐 가득히 그리운 사람들을 꼬옥꼬옥 챙겨 넣고 먼 길을 나서라 인절미 같이 늘어진..
    12-19 21:48
  • 석유 냄새 때문에
    오래된 난로 피울 때 진동하는 석유 냄새가 오히려 사람들을 붙들어 놓고 있다 처음에는 냄새를 밀어내려 문을 열기도 하고 심지를 올렸다 내렸다 해보지만 석유 냄새는 추위와 추위를 못 견디는 사람 사이..
    12-18 21:42
  • 막창 속 삶이 황혼처럼
    펑크난 양말 밖으로 발가락 2호 3호가 쏘옥 발톱까지 나란히 달고 나타난다 어쩌지, 읽어야할 시 한 편보다 더 물색없는 핑크 발가락들! 순간 발갛게 달아오르는 얼굴과 문장들 불은 국수처럼 행간도 구..
    12-15 21:40
  • 여기에 우리 머물며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12-14 21:43
  • 꽃피는 지하철역
    지하철역 이름이 꽃 이름이면 좋겠어 목련역, 개나리역, 진달래역, 라일락역, 들국화역… 꽃 이름을 붙이면 지하철역이 꽃밭 같을 거야. ‘친구야, 오늘 민들레역에서 만날래?’ 이 한마디로도 친구와 난..
    12-13 22:03
  • 오독(誤讀)
    TV자막에서 ‘미녀’를 ‘마녀’, ‘회장실’을 ‘화장실’, ‘사건’을 ‘시간’으로 읽었다. 가을날, 수목원 나무에 걸린 명패에서 ‘수액(樹液)’을 ‘추억(追憶)’으로 읽는다. 오독(誤讀)이다...
    12-11 21:34
  • 못 뺀 자리
    뒤돌아 보니 알게 모르게 잘못한 일이 참 많네요 잘못 잡은 손, 잘못 든 길, 잘못한 말..... 캄캄한 극장에서 대충 적당한 자리에 앉았는데 누군가 제자리라며 찾아왔을 때처럼, 참 무거운 곤경,..
    12-08 21:38
  • 겨울강가
    매서운 겨울바람 온 몸으로 맞으며 강기슭은 솨아솨아 소리 지른다 조용한 소리를 모아 자신을 표현하는 마른풀들 성성한 머리를 흔들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한낮에 모아두었던 맑은 소리의 따뜻함을 꺼내어..
    12-07 21:30
  • 말이 되지 않는다. 손아귀에 꽉 꽉 꽉 구겨진 에이포 용지를 냅다 방구석으로 던졌다. 어, 처박힌 종이 뭉치에서 웬 관절 펴는 소리가 난다. 뿌드드드 드드 부풀어오르다, 부풀어오르다, 이내 잠잠해진..
    12-06 21:33
  • 채용의 조건
    폐기물 스티커가 붙은 책상 서랍에는 이십대 초반에 쓴 이력서가 잡동사니들과 쌓였다 그의 이력에는 출생과 전자고 졸업이 몇 줄 엎드렸지만 그의 블로그 ‘살롱’에는 소월과 휘트먼 우암과 플라톤 박헌영과..
    12-0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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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경주관광해변가요축제
2016포항해변전국가요제
<이명철 교수의 맛기행>
 월남쌈 전문점 '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