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가는 이
돌멩이를 하나씩 올려
행여나 다른 이의 소원
아스러질까, 액이 끼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는데
솟은 머리칼로 지켜보는
색이 변하지 않는, 눈이 퍼런 서낭나무는
삼백 년, 지구의 나이보다는 짧고
그러나 사람의 나이보다는 긴
사철 풀빛, 곧은 머리칼의 옹고집이다
팔길이가 자라나면
궁둥짝 때린, 삼신할매도 두려워하는
임자를 만나는데
손을 잡는 것이,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이
말이 쉽지, 참으로 어려운 것
독불장군, 고집불통 질긴 성미에
가지를 뻗고 몇 해를 피고 지고
용을 쓰다가 물 밖으로 갓 나온 물고기처럼
뿌리가 바깥 공기를 쐬고서야 잡은 두 손
그것이 광복光復이었다
다시 한번 손을 잡자고
다시 한번 어깨를 탁! 쳐버리자고
할 적엔
몸을 움직이는 신神이 달아날 적
뿌리가 통째로 사람의 발길에 드러날 적이었다
큰불에 온 산이 다 타들어간 때에도
홀로 살아남은 잔인한 정신은
맨살을 드러내고 나서 비가 내린다는 것을
아는 성황리 소나무의 지혜이다
내린 비는 흙을 모으고/ 다시 덮인 뿌리는 좌우 가지를 돋우고
삼십 미터, 그리 멀지 않은 동료와의 거리/ 육십 년 삼팔선을 지운다
▷▶이재안 1979년 부산 출생. 시인부락 인터넷 동호회 회원 한국시민문학협회 신인문학상 시민문학 편집위원 활동중 현재 경남 통영시청 근무중.
<해설> 인간들은 자신들보다 오래 사는 것들에 경외감을 가져왔다. 십장생들의 오랜 생존은 인간의 역사에 대한 교훈을 가져다 주리란 기대도 있다. 떨어져 있던 가지가 맞닿는 날 삼팔선이 지워진다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살아 남아야할 이유가 되리라. 마지막 잎새처럼.
-김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