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가는 길목
한 청년이 길을 가로 막고
주차요금을 내고 가야한다고 한다
을씨년스러운 날씨 마냥 씁쓸했지만
어쩔 수 없이 통행세를 주고 조금 더 올라가니
또 길 막고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길의 주인이 누구인지
산의 주인이 누구인지
빛바랜 은행나무 잎이 깔려있는 길을 따라
십 여분 올라가니
말로만 듣던 무량수전이 보였다
돌계단 밟고 안양루 밑을 지나 올라서니
천년의 석등이 반긴다.
법당 주위에는 관광객들로 시끌벅적
제법 유식한 듯한 사람이
‘저게 배흘림기둥이라고 하는 거야’ 하며 뻐긴다.
등산복 아저씨 아줌마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법당 안에는 스님 아니 계시고
출입문 쪽에 책상 하나 놓아두고 보살님만 지키신다.
동쪽으로 앉아 계신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어느 신도님 등허리에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김봉윤 필명:而 亭 1952년 대구産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계명대학교 사서교육원 교수 역임
현) 한국시민문학협회 감사.
<해설> 낙엽을 밟으며 사람에 부대끼며 역사의 흔적을 따라 오르다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면, 그동안 쌓였던 고뇌와 스트레스는 어느덧 저 산으로 날아갈 것만 같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람 구경 또한 장관이려니, 가을여행의 제 맛이 아니겠는가. -김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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