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새벽/ 골목길이 열리고
날이 점점 밝아지면서
벽과 벽사이로
인간사의 분주한/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들의 칭얼대는 소리
달가닥 숟가락 부딪는 소리까지
존재감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깨어난다.
길이란/ 정직하고 성실한 손길에서
큰 울림을 담은 그릇일 것이다.
먼지를 쓸며/ 아침 골목길을 나선다.
어제처럼/ 장엄한 태양의 빛살
쏟아질 길 위로/ 지나갈 발자국들
벽과 벽 사이
그리고/ 어둠이 걷힐 골목길에
안개는 허물벗기를/ 하고 있다.
◇박언지= 문예시대 신인상
시집 ‘푸성귀에 대한 명상’, ‘갯벌도 집이 있다’
수필집 ‘강변의 추억’
<해설> 인생의 시작은 골목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긴장감과 함께 자기의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그 긴장감이 장대한 꿈을 완성시키는 골목길이 된다. -서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