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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의료칼럼

의료환경 개선, 규제와 처벌이 최선일까

기사전송 2016-12-25, 2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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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얼마전 전라북도 전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응급수술을 요하던 2세 소아가 전북대병원에 방문 후 여건상 수술이 어려워 후송할 병원을 찾다 멀리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였다.

앞서 언급한 불미스런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며 의료인의 입장에서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미래의 대책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과 숙의가 없이 그저 규제만 하면 알아서 할 것이라는 정부부처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료시스템이 안정적이라면 적어도 이런 류의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고, 발생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근본원인파악과 이의 해결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처벌만으로 문제를 덮고 해결했다고 자찬하는 것은 과거 악명 높던 공포정치와 유사하다.

안타까운 소아사망사건의 일어나게 된 원인을 찾아보면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엮여 있으나 근본적으로 지금까지 배출된 의사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아응급수술이 가능한 인력부족에서 기인한다.

응급소아수술을 담당할 숙련된 소아외과 전문의가 배출되는 데는 군복무 만3년을 제외하고라도 최소 12년에서 15년의 기간이 걸린다. 설령 이 긴 수련 기간을 견디어 내고 소아외과 전문의가 되더라도, 특성상 사망률이 높은 수술 위험도와 저수가로 인해 병원에서도 수익성이 낮아 취직자리가 드물고, 그나마 취직된 소수의 인원이 24시간 응급수술 대기를 해야 하는 등 업무량이 과중해 지원자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사망 및 중상해 사고에 한해 의료기관 동의 없이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조정 절차가 개시되는 신해철법이 시행되면서 수술위험도가 높은 외과 계열을 더욱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실정을 또 하나 예를 든다면 일회용 의료기기의 사용 문제이다.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폐기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장려하고 관리해야할 정부에서 오히려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을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 수입된 일회용 수술기구의 경우 원칙은 1회 수술 후 폐기해야 하나 건강보험에서는 기구에 따라 1회당 1/3 또는 1/5만 지급한다. 그러니 의료계에서는 1회용 수술기구를 매번 소독해서 정부에서 정해주는 숫자만큼 사용 후 폐기하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노골적으로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리고 사실 확인도 없이 재사용한다는 의심만으로 업무정지 시키는 법안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법치주의인가 의심할 정도의 과도한 법적침해라도 의사들은 여기고 있다.

명확성의 원칙을 침해하는 과도한 입법조치 때문에 집단감염이 의심된다고 조사를 받은 일선 의료기관중 무고했던 의원들은 무분별한 역학조사로 인하여 극심한 영업피해를 입었다.

원인은 하나로 통일된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고질적인 저수가로 인한 폐해이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자신의 생계나 장래 걱정 없이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있었더라면 또한 의료기구와 시술에 대한 합리적인 보장이 있었더라면 위에서 언급한 불미스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법을 어겼다면 합당한 규제와 처벌을 받아야 함은 당연하지만, 규제와 혹독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근본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계도해야하는 것이 선후가 맞는 것이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이해당사자의 양심과 책임감에 호소하고 특정 집단의 양보와 희생이 있어야 만이 실행 가능한 정책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합리적인 보장이 있다고 해서 불미스런 사태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단순처벌강화보다는 근본 의료환경 개선이 우선이 아닐까 하며 의료 환경 개선 후에도 불미스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 때 처벌 수위를 높여도 될 듯하다.

근본 원인 파악과 이에 대한 개선노력이 없는 과도한 처벌과 규제는 미봉책일 뿐이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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