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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의료칼럼

자연치유를 빙자한 아동학대 논란 ‘안아키’

기사전송 2017-05-21, 20: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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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최근 자연치유를 표방하며 운영하는 ’안아키’ 라는 카페가 아동학대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안아키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줄임말이라 한다.

이 카페의 운영자는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현직 한의사이다.

이 한의사가 주장하는 바는 병원이 병을 만들고, 의료시장이 환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즉, 출산할 때는 다 건강한 아이였는데 병원과 제약회사 등이 의도적으로 마치 아이가 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부모의 시각을 바꿔 백신과 항생제를 포함한 여러 약들과 치료를 강권한다는 것이다.

햇빛과 바람과 물등의 자연이 지구의 모든 생명을 살게 하는 근원적인 조건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자연치유가 좋다고 주장한다.

햇빛을 피하고 선크림을 바르게 하는 것,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등 때문에 비염, 기침과 천식 발작이 일어난다며 외출을 피하게 하는 것, 집먼지 진드기를 줄이기 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손 소독을 하는 것을 ‘자연치유’에 반하는 나쁜 행동이라며 비판하는 것이다.

운영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치료는 병원치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시간이 많으면 아이가 정말 죽을 것 같다고 여겨지기 전까지 무작정 앓도록 가만히 두고, 정성이 많다면 자연 해독력이 있는 물과 바람과 햇빛을 열심히 접촉시키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한의원에서 해독을 받아 자연치유 기능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예로 아토피 환아의 경우 스킨과 로션을 전혀 바르지 않는 일명 ‘노스킨 노로션’ 비염환자의 경우 소금물 혹은 재래 간장을 섞은 물로 비강세척을 하기, 장 질환을 일으키는 독소를 해독한다며 숯가루를 물에 타 먹이기 등의 황당한 방법을 권유했다.

또한 아토피 같은 만성질환뿐 아니라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급성기 질환에서도 황당한 치료법을 제시해 아동 학대 수준의 피해가 속출했다.

응급시술이 필요한 장폐색 소아환자에게 장 청소를 한다며 소금물 900cc를 며칠간 먹인 사례도 있으며, 기침하는 아이를 방치하여 폐렴으로 진행된 경우도 부지기수며 즉시 차가운 물에 담가야 할 화상 환자를 오히려 40도 뜨거운 물로 소독해 화상을 더 악화시킨 경우도 있다.

심지어 예방접종을 거부해 “가만히 둬도 자연스럽게 낫고 어려서 앓을수록 후유증이 적으며 평생 면역이라는 엄청난 보상을 받는 질환들은 오히려 앓는 것이 남는 장사”라며 근거없는 소문을 조장해 일부 부모들이 필수예방접종을 피하거나, 자녀가 수두에 걸린 아이와 시간을 보내 감염되도록 유도하는 일명 ‘수두파티’를 열게 하기도 했다.

과연 이런 방식이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고 치유에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아니다.

아토피의 경우 피부 장벽 보호를 위해 적절한 보습이 필요하며 비염의 경우 소금물이나 간장으로 세척시 코의 청소기 역할을 하는 섬모에 악영향을 끼쳐 비염을 오히려 악화시키며 숯가루도 당연히 먹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면 오히려 항생제와 백신등 약물과 소독의 개념이 없었던 과거에 인류의 수명이 훨씬 길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적었어야 되지 않을까?

인류 평균 수명이 산업화와 함께 의학이 발달하면서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며 한국의 영아 사망률만 봐도 출생 1,000명당 사망률이 1965년 61.8명에서 2009년 3.2명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특히 영유아기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줄었는데 이는 생활환경개선 및 예방접종의 활성화와 항생제 보급 때문이다.

이 한의사가 이런 허무맹랑한 방법을 퍼뜨릴 동안 한의사협회를 비롯하여 그 누구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

제지는 커녕 2006년 피부한의학회 회장을 맡아 한의사회 학술강좌에서 ‘해독생기요법을 통한 아토피 치료’를 주제로 다른 한의사들에게 강연도 하였으며 2013년 열린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조직위 직원을 대상으로 이에 대하여 특강을 하기도 했다.

최근 아동학대 논란으로 문제가 커지자 그제서야 한의사협회에서도 해당 포털에 카페 폐쇄조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사항 적발시 사법기관에 고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 의학은 근거중심의 학문이다.

이 한의사가 주장하는 자연치유는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다.

하나의 치료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수많은 연구를 시행하여 근거를 모아야 하고 논문들을 통해 그의 효과와 안정성을 전 세계 의사들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만이 비로소 하나의 치료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의사들이 말하는 소위 교과서적인 치료법이야 말로 이런 과정들을 통해 도출된 것이며 현 시점에서 치료될 확률이 가장 높고 안전한 치료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근거 없는 치료가 근절될 수 있도록 언론과 의료전문가단체의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정부의 단속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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