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정당 어딜 가도 필패 전망새누리, 추가 탈당 이어질 듯
바른정당, 기대-우려 엇갈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제3지대’ 세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며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본격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보수·진보 양 진영의 ‘친박·친문 패권주의 청산’과 ‘개헌’을 고리로 한 중도·개혁 세력이 연대하는 제3지대 세력 구축을 주도해 기존 양 진영에 맞설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반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바른정당에 합류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 정치권 대표적 개헌·중도·연대론자들과 만나거나 축전 등 메시지를 전하며 제3지대 규합을 시도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도 만남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 세력화는 곧 ‘제5의 정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3지대 구축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반 전 총장은 기성 정당에 합류하기보다 자신의 지지기반이 될 인사들을 중심으로 독자 창당에 나선 후 추후 당 대 당 통합 또는 연대에 나서는 것이 그에게는 훨씬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가에선 기성정당 중 어디를 가더라도 정치적 기반이 미약한 반 전 총장이 조직력을 갖춘 당 대선 후보와 경선을 치른다면 필패할 수밖에 없어, 반 전 총장이 당 경선의 흥행을 이끌고 경쟁 상대의 존재감만 살리는 이른바 ‘뜀틀효과’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적지 않게 제기됐다.
반 전 총장의 결정은 기존 정당들의 운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정치권 각 세력 또한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이미 비박계를 중심으로 바른정당행 탈당이 이뤄진 가운데, 23일 바른정당에 추가 합류한 박순자 의원 등 추가 이탈에 더해 반 전 총장의 지지세력 또한 탈당하는 등 탈당 도미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내에선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성완종 전 의원의 동생 성일종,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의 반 전 총장 측 합류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탈당 및 바른정당행을 보류한 나경원 의원, 당 상황에 회의적인 초·재선 의원들까지 탈당에 동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바른정당내에선 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23일 초대 대표로 선출된 정병국 의원은 반 전 총장의 입당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바른정당과) 가장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며 “들어오시게 되면 당 대선 후보들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보수를 대변하고 현 상황을 치유할 수 있는 차기의 리더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반면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반기문은 반반후보”라며 “바른정당이 반반정당인데 시너지가 될지 격하가 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