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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극찬한 커피…행복 나누는 ‘도쿄 명물’ 되다

기사전송 2017-03-09, 21: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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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 이야기(2)
도쿄 아오야마 ‘다이보 커피’
수동식 로스터로 매일 로스팅
진한 커피향 가득한 ‘장인의 집’
문화예술계 유명인도 발길 잦아
건물 철거로 38년 만에 폐점
단골고객 35명 기고·사진 수록
에세이 ‘나의 집’ 발간·기념회
커피추출모습
다이보씨
◇다람쥐통 로스터

다이보커피점을 말하면, 대부분 점포가 작고 아담하다는 것과 융드립으로 추출하는 브랜드커피가 일품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커피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이보씨가 평생을 수족같이 사용한 수동식 소형, 다람쥐통 로스터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그는 다람쥐통처럼 작은 로스터를 바텐의 카운터 밑 가스 불 위에 올려놓고 매일 커피를 볶는다. 별도로 구획되지 않아서 볶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커피연기가 대부분은 설치된 환기팬으로 빠져나가지만, 원두 배출시점이 가까워지면서 급격하게 발생된 연기가 미처 환기팬으로 모두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유입이 된다. 그래서 다이보씨가 의도적으로 커피점 실내마감과 가구를 진한 커피색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번은 오전 10시에 개점시간을 맞춰 간 적이 있다. 그 시간에 마침 다이보씨가 로스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의 로스팅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였다. 다람쥐통 로스터는 수동이어서 손으로 돌리면서 커피를 볶고 있었다. 부가된 장비가 없기 때문에 로스팅 진행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소리와 배출연기,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에 의지해서 커피를 볶는 그의 모습은 경지에 올라 있었다. 로스팅을 마칠 때, 연기와 함께 배출된 뜨거운 원두를 그는 좁은 바텐 아래에서 소쿠리에 담아 선풍기와 부채로 식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로스팅을 마치고 실내에 퍼진 연기를 제거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 환기를 했지만 이미 실내는 진한 커피향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날 다이보커피점 나오면서 다이보커피점의 실내공기는 커피색일지도 모른다고 상상을 했다.



◇전설이 된 다이보커피점

무라카미 하루키(村上 春樹)는 1998년 그의 작품 ‘꿈의 서프시티(夢のサ-フシティ)’에서 자신이 단골로 다니는 다이보커피점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당신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만약 도쿄에 거주하고 있다면 아오야마 거리 오모테산도 교차점 근처에 있는 다이보(大坊)커피집을 가보세요. 커피 맛이 매우 좋습니다. 나는 항상 ‘3번’ 농도를 마십니다. 그리고 여기는 커피콩도 나누어줍니다.”

다이보커피점은 하루키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예술계의 유명 인사들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는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 다이보커피점은 이렇게 전설이 돼있었지만,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2014년 9월 다이보커피점을 찾아갔다. 나는 매년 도쿄에 일이 있어서, 방문할 때면 꼭 거르지 않고 찾아가는 커피점이 두 세군데 있는데, 그 중 꼭 가는 곳이 다이보커피점이었다. 그런데 그날 다이보커피점이 있어야 할 장소에 다이보커피점이 보이지 않고 그곳은 텅 빈 공터가 돼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는 갑자기 혼란에 빠졌다. 나의 말을 믿고 유명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동행했던 일행이 있었는데, 다이보커피점이 없어진 상황을 몰라서 나는 이들에게 어떤 변명도 하지 못했다. 그냥 “다이보 커피점이 없어졌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이보커피점의 소식과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출판기념회

내가 일본에 도착하기 9일(2014년 9월 15일) 전, 도쿄 메구로구 유텐지의 7평 남짓 되는 식당 마고(MARGO)에서 ‘다이보 커피점’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원래 유기농음식과 와인을 팔았지만, 이날은 정상영업을 중단하고 다이보출판기념회를 위해 15일과 16일 양일간 다이보씨의 커피 판매를 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준비된 커피콩이 떨어지면 영업을 종료하는 행사로, 다이보커피점 주인인 다이보 카츠지(大坊 勝次)씨가 손수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오는 고객들을 위해 커피를 준비하고 직접 추출을 했다. 그날 준비된 커피는 다이보커피점 인기 메뉴인 브랜드 3번 커피(20g 100cc /600엔)와 브랜드 4번 커피(25g 50cc /700엔)였다.

다이보커피점이 문을 닫은 것은 그가 임대해 있던 건물이 철거돼서였다. 커피점은 도쿄 미나미아오야마 오모테산도 교차로근처에서 38년간 운영했다. 그러나 그가 임대해 있던 건물철거로 2013년 12월 23일 문을 닫은 것이었다. 그도 폐점되는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38년간의 인생이 녹아있는 그 공간이 사라진다는 현실에 그는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의 삶이 점철된 그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 아쉬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이보 커피점 사용설명서’라는 에세이에 담고, 다이보 커피점과 인연이 깊었던 35명의 고객기고문, 전문사진작가가 찍어 준 다이보 커피점 사진을 포함해서 ‘나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책으로 만들어 폐점 시, 1000부 한정판으로 가까운 고객들과 나누어가졌다. 그런데, 이 소식을 늦게 알게 된 단골 고객들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그는 다시 ‘다이보 커피점’이라는 제목을 붙여 정식으로 서점에 출간하게 됐다. 그래서 이날이 이 책의 출판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다이보씨가 그의 커피를 잊지 못하는 옛 고객들과 그의 커피를 통해 만나는 날이었다.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도 모른 채, 건강의 문제로 2013년과 2014년 두해동안 도쿄를 방문하지 못했었다.

다이보커피점 책
다이보 커피점 책


◇커피쟁이의 도(道)

한번은 도쿄에서 개최된 세계 바리스타 대회와 커피전시회를 참관하고 다음날 다이보커피점을 간 적이 있다.

다이보씨는 우리 일행을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한국의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다이보씨가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그는 “작은 커피집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이름이 나있지요?”라고 말했다. 바 한쪽에 손님이 한분 계셨다. 단아한 정장차림의 할머니로 오신 지 좀 된 것 같았다. 그 할머니는 다이보씨가 만들어 준 커피를 벌써 반 이상 마신 후였고, 남은 커피를 아끼듯이 조금씩 마시면서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방인인 우리들의 행동이 궁금했는지 힐끗 힐끗 보면서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우리와 다이보씨와의 대화가 잠시 중단되자 궁금했는지 다이보씨에게 우리들에 대해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웃 나라의 낯선 사람들까지도 다이보 커피점을 찾아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자연스레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서 눈빛과 목을 약간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녀는 웃음을 띤 눈빛으로 답장을 보내왔다. ‘다이보씨 대단하지요? 나는 다이보 커피점이 있어서 행복해요.’라고.

단순한 기호음료를 파는 사람이 아닌, 고객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마음의 휴식처 다이보 커피점. 그는 우리들에게 인생을 걸어도 될 만한 가치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를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었다.

커피를 통해 돈을 벌어 보겠다는 환상이나, 노후대책으로 커피점을 창업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다이보 카츠지씨. 나는 그의 커피향기를 오래 간직하고 싶어 다음번 도쿄 방문 시에 다이보씨의 에세이집 ‘다이보 커피점’책을 샀다. 나는 지금도 그의 책을 펼쳐볼 때마다 ‘커피쟁이로서 지녀야 할 도(道)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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