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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제목에 갸웃하다

기사전송 2017-11-02, 21: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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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추억에 눈물짓네
일본 특유의 멜로 감성 담은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소설 원작 12년 후 회상 전개
시한부 소녀와 외톨이 소년
일기장 계기로 사랑 키워가
진부한 소재 속 감동 ‘호평’
수채화 같은 풍경 마음 적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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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스틸 컷.


돌아갈 수 없기에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 있다. 순수하고도 아름다웠던 그 때, 우리들의 학창시절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이 같은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한 소녀와 유일하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소년의 시리고도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감독 츠키카와 쇼)’는 2015년 출시된 스미노 요루의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원작의 굵직한 기존 스토리를 벗어나지 않지만 ‘12년 뒤’라는 장치를 더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의연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사쿠라, 그리고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시가. 숱하게 봐왔던 진부한 소재의 내용이지만 전해지는 감동은 새롭고 깊다.

‘비밀’로 인해 맺어진 인연. 학교에서 늘 외톨이를 자처하던 시가(학창시절-키타무라 타쿠미, 선생님-오구리 슌)는 병원에서 우연히 같은 반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의 일기장 ‘공병문고’를 발견한다. 내용은 사쿠라가 췌장에 이상이 생겨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 하지만 시가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사쿠라 역시 의연하게 대처할 뿐. 둘은 ‘죽음’앞에서 의외로 담담하다.

이 일을 계기로 사쿠라는 반에서 조용한 시가에게 접근한다. 늘 밝은 자신의 성격과 달리 조용한 시가와 조금 더 가까이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가는 이런 사쿠라의 접근이 불편하다. 조용하고 밝지 않은 성격 탓에 학교 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아서다. 활발하고 늘 미소짓고 있는 사쿠라의 관심을 받는 만큼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쿠라를 밀어내기에 시가는 모질지 못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는 사쿠라의 말에 시가는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답고도 숭고한 추억을 쌓아간다. 사쿠라의 한정적인 시간과 달리 앞으로 살아가야할 시가. 이 둘은 그렇게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두 번째 여행을 계획하고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 사쿠라는 끝내 오지 않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시가는 고층 빌딩의 대형 TV에서 전해지는 뉴스를 통해 사쿠라의 죽음을 알게된다. ‘연쇄살인마’에 의해 유명을 달리했다는 내용이다. 교실 내에는 사쿠라의 빈 자리와 함께 또 한 자리가 비워져있다. 시가의 자리다. 한 달 뒤 시가는 사쿠라의 집으로 향한다. 마음의 준비가 그제서야 된 것이다. “어머니 제가 좀 울어도 될까요?”시가의 말에 사쿠라의 어머니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죽기 전 사쿠라가 말했던 ‘공병문고’를 가지러 올 친구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말한다. “와줘서 고맙다”라고.

영화는 죽음을 맞이하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원작의 기존 스토리를 그대로 옮겨와 당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펼쳤던 상상의 날갯짓이 그 내용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다.

그러나 영화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12년 뒤’의 설정을 더하면서 어른이된 시가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법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첫 사랑을 기억하며 사쿠라의 바람대로 선생이 된 시가는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 짙은 내용이지만 그 여운을 떨쳐내기엔 쉽지 않다. 삶과 죽음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청춘 드라마처럼 결말을 향해 달린다.

흩날리는 벚꽃, 그리고 한폭의 수채화와 같은 아름다운 일본 배경도 중요한 요소다.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이는 사쿠라의 마음처럼 영화는 밝고 예쁘다. 사실상 그녀의 현실과 반대되는 장면을 택하면서 ‘긍정적 마인드’를 더욱 돋보이게 한 셈이다. 어느 때보다 순수했기에 서툴렀던 아련한 첫 사랑의 기억 그리고 친구와의 우정, 작가는 어쩌면 시가가 아닌 우리들에게 죽음에 대한 또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아픈 환자의 췌장을 먹으면 그 사람의 영혼이 깃든다고 말하는 사쿠라의 숨겨진 의미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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