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걱정 없어야 애를 낳죠”…워킹맘들 이유있는 항변
“육아 걱정 없어야 애를 낳죠”…워킹맘들 이유있는 항변
  • 대구신문
  • 승인 2017.04.0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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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일·가정 양립서 해법 찾아야

때리고 강제로 밥 떠 먹이고…

잇따르는 어린이집 학대 사건

“혹시 내 아이도?” 전전긍긍

각 구·군 공동육아나눔터 운영

품앗이 육아·소통의 장 인기

부모 동행 원칙 ‘그림의 떡’

대구,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목표

올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4천700억 투입 공보육 강화 나서
어린이집
대구 달서구청 직장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체육 교육 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달서구청 제공
공동육아나눔터(2)
대구 중구 공동육아나눔터에서 품앗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구청 제공
일하는 여성과 맞벌이 가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워킹맘’을 위한 보육 정책은 헛바퀴를 굴리고 있다.

지난 2001년 ‘모성보호 관련 3법’이 개정되면서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다양한 제도가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 역시 출범 직후 일·가정 양립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정책은 발전한 셈이다.

하지만 대구는 아직까지 여성이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기가 힘든 지역이다.

지역 어린이집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추세다. 출산율 감소로 원아가 줄어들자 경영난에 직면한 어린이집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공립어린이집과 직장어린이집은 태부족이다.

결국 워킹맘은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전업맘’이 된다.

가임기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더이상 개인의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보육 환경이 조성되면 저출산과 인구감소 문제, 취업 여성의 출산 기피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편집자주)



◇대구, 아이 맡길 곳이 없다

대구 지역 어린이집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국공립 및 직장 어린이집은 소폭 증가했지만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대구 시내 어린이집 수는 1천48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1천585곳에서 96곳이 줄었다.

민간 어린이집은 2015년 3월 726곳에서 현재 685곳으로, 가정 어린이집은 636곳에서 552곳으로 감소했다.

어린이집이 빠르게 줄어든 이유는 저출산으로 인해 원아 수가 감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속도라면 소규모 어린이집은 정원을 채우기가 더 힘들어 질 전망이다.

반면 국·공립 및 직장어린이집은 지난 2015년 62곳에서 현재 96곳으로 늘었다. 지난달 기준 대구 시내 국공립 어린이집은 65곳, 직장어린이집은 31곳이다.

하지만 여성 전문 인력들에게 가장 필요한 직장어린이집 운영은 여전히 낙제점이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사업장 상당수가 어린이집 설치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어린이집 설치 대신 강제이행금을 물기도 한다. 설치 의무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신미영 대구여성회 사무처장은 “워킹맘들이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을 확대하는 것이 공보육 강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 요건”이라며 “우수한 여성 인력이 보육 문제로 퇴직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킹맘에게 어린이집은 ‘울며 겨자먹기’

#.워킹맘 강모(여·37·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는 종일반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배기 딸의 몸 상태를 수시로 확인한다. 멍이나 손톱 자국 등 구타 흔적이 없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약간의 상처를 발견하면 곧바로 어린이집 원장에게 전화해 이것저것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하지만 원장이나 보육교사에게 속 시원히 따질 수도 없다. 싫은 소리를 해봤자 딸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원아 학대 의혹이 잇따르면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에 다녀야 하는 워킹맘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아에게 강제로 밥을 떠먹이는 등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앞서 27일 북구 침산동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보육교사가 아이를 강제로 재우려다 다치게 하는 등 원생을 상습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학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시·도별 아동학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대구 3건·경북 7건 △2015년 대구 11건·경북 11건 △2016년 대구 24건·경북 26건 등으로 집계됐다. 가해자는 모두 보육교사다.



◇공동육아나눔터, 어린이집의 대안이 될 수 있나

자녀 학대가 두려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려면 이웃간 품앗이 형태로 아이를 돌보는 ‘공동육아나눔터’를 이용해도 된다.

대구 각 구·군에 8개의 공동육아나눔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웃끼리 양육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부모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소통하는 ‘육아 품앗이’의 개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워킹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부모 동행이 원칙이기 때문에 워킹맘은 순번에 맞춰 ‘월차’를 써야 한다.

남구 공동육아나눔터 관계자는 “육아나눔터는 지역 주민이 서로 아이의 육아를 돕는다는 점에서 어린이집의 기능을 일부 대체할 수는 있지만 보호자 동반 이용이 원칙”이라며 “친분이 있는 엄마들이 순번을 정해 남의 자녀를 한번씩 돌봐줄 수는 있어도 어디까지나 자율적”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의 비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육아가 즐거운 도시 대구’

대구시는 올해 공보육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지역 밀착형 보육·양육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대구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육아가 즐거운 도시 대구’를 목표로 영유아 보육료 지원, 국공립·직장어린이집 등 공보육 기반 강화, 어린이집의 안전한 보육환경 조성, 보육 교직원 처우 개선 등 26개 보육정책을 추진한다. 총 4천70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우선 공보육 강화를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14곳을 신설한다. 이 경우 대구 지역 국공립어린이집은 지난해 54곳에서 올해 68곳으로 늘게 된다. 국공립어린이집 비율도 올해 4.6%로 늘어 전국 광역시 평균(4.5%)보다 높아진다. 우수 민간어린이집 10곳도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신규 선정한다.

직장어린이집 설치도 적극 지원한다. 시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활성화를 위해 5억원의 예산을 편성, 산업단지 또는 중소기업 공동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안전한 보육환경 조성을 위해 평가인증·재인증 어린이집 393곳에 7억원의 환경개선비를 지원한다. 학부모들이 직접 안전·급식 등을 점검하는 ‘부모 모니터링단’도 활성화한다. 또 모든 어린이집 영유아를 대상으로 안전공제회 단체 가입비 3억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합동·수시점검을 실시해 아동학대를 예방한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어린이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보육교사의 근무환경과 처우도 개선한다. 이들의 수당을 해마다 인상 지원하고 민간·가정 등 정부 미지원 시설의 동일시설 5년 이상 장기 근속 보육교사에게 월 3만원의 근속장려수당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지난해 개관한 동구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구·군 단위 육아종합지원센터 설치를 독려할 방침이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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