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찾고 과메기 주문하고…전국서 ‘포항경제살리기’
호미곶 찾고 과메기 주문하고…전국서 ‘포항경제살리기’
  • 이시형
  • 승인 2017.12.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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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발생 한달
피해액 546억·이재민 576명
정신적 외상 상담 8천496명
주요 관광지 발길 아직 뜸해
고사리손도 보탠 성금 345억
‘포항사랑 상품권’ 10% 할인
동대구역서 ‘FUN버스’ 출발
흥해읍 일대 도시재생사업
6곳에 다목적 대피시설도
200억 들여 안전도시 건설
관광객으로북쩍이는죽도
포항 살리기 나선 관광객 지난 10일 포항 죽도시장이 이곳을 찾은 외지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지 어느덧 한달이 됐다. 북구 흥해읍 등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응급복구를 진행하는 등 후속조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쉽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지진으로 북구 흥해읍, 양덕동, 장성동, 두호동, 우창동, 환여동 등의 피해가 컸다. 이곳 아파트, 주택, 상가, 유·초·중·고·대학교 등에 건물 피해가 집중됐다. 이에 포항시를 중심으로 경북도, 포항교육지원청, 경북도교육청 등이 발빠르게 긴급피해 복구, 주거환경 개선, 학교건물 신속 복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진의 여파로 포항지역 상권 침체가 심각해 관련기관들은 경제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지진 피해현황 및 복구실태

지난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포항시 북구 북쪽 7km 지점(흥해읍 망천리)에서 강진이 발생한 이후 여진은 규모 4.5~5.0 1회, 3.0~4.0 5회, 2.0~3.0 64회 등 모두 70회가 일어났다. 13일 포항시 및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피해액은 총 546억1천800만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재민은 흥해실내체육관 402명, 독도체험수련원 151명, 마을회관 등 4곳 23명 등 모두 576명이었다. 포항시는 이재민 대피소 현장의료지원반 운영, 개인 위생용품 지급, 생수, 침구류, 부식, 생필품 등 구호물품과 성금모금, 자원봉사자, 군병력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피해주민 재난심리지원 서비스 운영, 사생활보호 텐트 및 이재민 주거대책을 지원하고 있다. 인명피해는 총 78명 중 74명이 치료를 마치고 귀가했지만 아직도 4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복구공사도 한창이다. 북구 흥해읍 용한리 영일만항에서 남구 동해면 석리를 잇는 영일만대로는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은 지진으로 일부 도로와 다리에 금이 가고 지반이 조금 꺼졌다. 시는 지반 침하나 균열이 심한 곳에는 아스콘으로 포장을 마쳤다. 남송IC교와 곡강1교는 신축 이음장치나 교량 받침대가 일부 부서져 아직 보수공사 중이다.

필로티 구조인 북구 한 건물에서도 지진으로 부서진 기둥을 수리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수업체는 벽이 없는 곳에 H빔을 세워 건물을 받치고 강판으로 기둥을 보강하고 있다.

복구 손길이 미처 미치지 못한 곳도 많다. 흥해읍 이인리에 있는 포항역은 지진으로 천장 상당 부분이 부서진 뒤 망으로 막아놓았고 부서진 유리는 아직 복구하지 못했다. 일부 매장은 영업을 중단했고 엘리베이터는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보수하기 위해 사용을 중지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안전점검 결과, 포항역은 구조적으로 안전하나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일부 지역은 출입을 금지했다”고 출입 통제 안내문을 붙였다.

◇ 심리치료와 각계각층의 온정 손길

지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증후군)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아직도 적잖다. 이들은 인근에서 발생된 작은 소음에도 놀라고, 악몽에 시달려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포항시북구보건소에 따르면,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상담을 받은 시민들은 경주 지진 때 약 1천여 명에 비해 약 8배가 많은 8천49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위험군에 속한 605명의 시민들은 트라우마로 분류돼 병원진료와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재민들은 여진에 대한 불안, 집 걱정 등으로 불안함, 답답함, 불면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트라우마 증상은 대부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지지만, 만성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항시는 총괄단장에 박혜경 북구보건소장을 선임하고 위험군 심리지원 2차 개입 진행, 사후지속관리,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예방 안정화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상담에 집중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와 포항시 등은 상담전화(1577-0199)로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전국에서 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포항 이재민과 아픔을 나누려는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기업과 각급 기관·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과 학생, 심지어 고사리손까지 나서 울력을 보탰다.

지진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들어온 성금은 345억 원이 넘는다.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 2만여 명이 대피소에서 이재민과 아픔을 나눴고 구호물품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특히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와 이재민을 보살폈고 부모에게 받은 용돈까지 털어 성금을 낸 동심은 포항시민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 지진으로 침체된 지역경제

지진 발생 초기보다는 덜하지만 포항경제는 지진 발생 한달이 되도록 여전히 예전의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죽도시장 방문객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보다 20∼30% 줄어든 상황이다. 지진이 나고 뚝 끊긴 관광객 발길과 움츠러든 소비심리가 좀처럼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자 전통시장 상인, 관광업 종사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파손한 설비를 아직 복구하지 못해 공장 일부만 가동하는 곳도 있다.

죽도시장의 한 상인은 “지진이 난 뒤 평일 손님이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줄었다”며 “대게철이 되면 오전부터 손님이 많았으나 요즘엔 관광객을 비롯한 외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걱정했다.

또다른 상인은 “예전에는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손님이 넘쳤으나 지금은 해가 지면 시장 안이 거의 텅 빈다”며 “다른 곳에서 포항을 돕기 위해 버스에 관광객을 태워 보내기도 하지만 예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호미곶 등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외지인 발길도 아직 뜸하다. 남구 호미곶 방문객은 지진 발생 전에는 주말이나 휴일 4천∼5천 명을 기록했으나 지진이후 1천500∼3천8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마냥 절망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포항경제를 살리자는 각계각층의 호소가 이어지면서 서광이 비치고 있다. 경북도는 피해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경영안정자금과 특례보증을 지원하고 도와 산하기관 연말연시 행사를 포항에서 열기로 했다.

경북관광공사와 경북도, 포항시는 오는 25일까지 ‘FUN 포항’ 버스를 운행한다. 이 버스는 포항을 찾으려는 관광객을 위해 하루 한차례 오전 9시 동대구역 환승센터 8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또 포항시는 포항사랑 상품권 300억원 어치를 추가로 발행해 10% 할인 판매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선 호소에 포항특산품 과메기는 최근 판매가 회복세다. 다른 지자체 등에서 구매가 잇따라 예년보다 택배 주문물량이 20∼30% 늘었다고 한다.

죽도시장 상인 김모(51)씨는 “지진 이후 손님이 별로 없었으나 다행히 지난주 초부터 관광객의 발길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 포항시 6천500억 원 투입 도시재생사업 추진

포항시는 최대 피해지역인 흥해읍 일대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비 2천145억, 지방비 489억, 민간과 공공기관 3천866억 원 등 모두 6천500억원을 투입한다.

내년 4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과 6월 도시재생 계획수립 연구용역을 마무리한 뒤 같은 해 7월부터 본격 사업에 나선다. 피해가 큰 주택과 아파트 가운데 사업성이 있는 곳에는 민자를 유치해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고 피해가 큰 나 홀로 아파트 재건축에도 800억 원을 투자한다.

공공시설과 소규모 주택정비, 상가 리모델링 지원, 지역 명소화 사업에 870억, 피해가 작은 노후불량 주택 내진보강에 330억원을 투입한다.

또 300억원을 들여 포항 6곳에 다목적 재난대피시설을 만들고 1천억원으로 터 30만㎡, 연면적 1만3천㎡ 규모로 국립 지진안전교육장을 건립한다. 주요지점 지진감지센서 설치와 재난 위험지도 구축 등 안전도시 건설에도 200억원을 투입한다.

포항시는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앞으로 부동산 거래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해 투기과열 조짐이 보이면 흥해읍 일대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효율적인 도시재생을 위해 ‘도시재생 종합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고 내년 초 조직개편 때 국 단위 지진피해수습단(가칭)을 신설한다. 흥해읍에 주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현장지원센터를 즉각 가동할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흥해읍이 특별재생지역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 절차가 간소화되는 데다 국비 확보 등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이시형기자 ls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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