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실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말이 빨라지거나 고개를 떨구는 등 다른 증인들처럼 흔들리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한 채 침착하게 답변을 이어 갔다. 김 전 실장은 특정 사실관계에 대해선 향후 특검 등을 의식해 ‘모른다’, ‘알지 못한다’, ‘사실이 아니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날 청문회 증인들의 답변을 정리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 이날 청문회에서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을 못해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데 대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도의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몸을 낮췄다. 김 전 실장은 청문회에서도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최순실을 알았다면 연락을 하거나 통화를 한 것이 있을 것”이라며 “검찰이 조사해보면 다 알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머리 손질을 하는데 90분을 소비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도, “알지 못했다. 대통령 관저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생활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른다”라며 “제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고 몇 시에 일어나시고 머리를 언제 하고는 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공식적인 일은 알고 있지만 관저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며 “다만 그런 일이 없었다고 지금 다들 하고 있기 때문에 저도 그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김종 전 차관 =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박태환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전 차관은 ‘“박태환 측에서 먼저 만나자고 연락 와서 만났고 리우올림픽에 보내달라고 얘기했다”며 “내가 박태환을 보내준다고 얘기하면 정부가 IOC 헌장을 위반하게 돼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과거 ‘피겨 여왕’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전 차관은 “김연아 선수나 김연아 선수 팬들에게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정유라과 장시호를 감싼 이유와 관련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김 전 차관은 “최순실은 김기춘 소개로 만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시호와 정유라를 감싼 이유’에 대해서는 “그것과 관련해선 재판 중이기에 곧 밝혀질 것”이라며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 “최순실씨를 존경하고 좋아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최씨가) 2년 전부터 좀 모욕적인 말과, 밑에 직원들을 사람 취급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해서 그때부터 좀 (싫어한다)”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의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개입 의혹에 대해선 “연설문을 고치는 것 같다고 (내가)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연설문을 고치는 일을)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순실의 약물 중독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말씀은 못 드리겠고 병원에 자주 다닌다 정도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중독에 걸려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약물 중독보다는 같은 말을 또 하고 같은 말을 또 하고 하는 것을 경험한 적 있다”고 말했다.

‘옷을 만들어 대통령께 드렸냐’는 질문엔 “네. 제가 드린 건 아니고 옷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가져갔느냐’는 질문에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라든지…최순실씨가 (대통령에게) 전달을 했다”고 답했고, ‘박 대통령 옷을 몇 벌 만들었냐’는 질문에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는데, 한 100벌 가까이 된다”고 답변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 ‘최씨에게 장관 후보자를 추천하니 그대로 된 것이냐’는 질의에 “처음부터 그 분들을 추천드린 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있었는데, 어떤 이유인지 더 알아봐달라고 해서 알아보다가 김종덕 장관이 추천돼 임명됐다”고 차씨는 말했다.

이어 최씨가 다른 분야 장관과 수석감을 최씨가 알아보고 다녔을 가능성에 대해 “최씨가 여러가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추정해 말하긴 힘들 것 같지만, 제 의견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씨는 “최순실씨가 김기춘 실장을 어떻게 말하더냐”는 질문에 “최순실씨가 김기춘 실장을 지칭하면서 사실 좋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인간적인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좋게 말하지 않았다”며 “‘고집이 세다’ 뭐 이런 푸념식으로 한 두번 말했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와 관련 “독일 비덱스포츠의 2대 주주가 맞냐”는 질문에 “전혀 관계 없고, 한 주도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질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재빨리 “없습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단 한 번도”라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대통령 당선 전인 자신의 결혼식때 딱 한 번 봤다고 답했다.

어머니인 최순득씨가 대통령에게 김치를 담가서 갖다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김치장사를 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