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새로운 생각
[교육논단]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새로운 생각
  • 승인 2023.08.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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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교육학 박사
어린이 통학버스가 아닌 일반 전세버스를 이용하여 떠나는 현장체험학습은 도로교통법상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 이후로 일선 학교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현장체험학습을 갔었던 지난 기억을 떠올려봐도 노란색으로 칠해진 버스, 어린이용 안전띠가 설치된 버스를 탄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특히 2학기 개학을 막 시작하면서 이러한 내용이 안내되었으니, 현장체험학습이 교육과정에 계획되어 있는 초등학교의 경우 염려와 걱정이 더욱 컸을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서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이행할 때까지는 경찰청에서 단속이 아니라 계도나 홍보한다는 의견을 발표하였으며, 교육청 차원에서도 이러한 점을 전달한 바 있다. 여하간 결국 일반 전세버스가 불법이 아니란 뜻은 아니고 버스회사 등에서도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용 버스로 운영할 수 있는 안전 방침의 수립 등이 생기고 나면 본격적인 시행이 될 거란 거다. 사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까지는 몰라도 저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학습을 갈 때라면, 아이들 몸에 맞는 안전띠 등이 있는 버스를 타면 더 좋을 것 같다.

사실 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현장체험학습 자체에 대한 인식 역시 변화될 필요도 있다. 과거 '소풍'으로 불리던 학습의 측면을 중시하던 때에 '현장학습'으로, 그리고 직접적인 체험을 중시하게 되면서 '현장체험학습'으로 그 이름을 바꾸어 왔다. 사실 예전에는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가거나 체험하기 힘든 장소 등을 찾도록 하는 소위 '새로운 경험 제공'의 측면이 크게 고려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지금은 가정 내에서도 질 높은 체험의 빈도가 높아졌다. 물론 모든 가정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미술관이나 과학관,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공연을 보고 오는 경우는 흔한 일이 되었다. 가족이 교육적으로 행사에 참여할 기회도 대단히 많아졌다. 그저 가정에서 특별한 체험을 떠나지 못하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교육과정 내에 현장체험학습의 형태로 마련될 필요는 없게 된 것이다. 정말 그러한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와 교육청 등은 교육복지의 측면에서 맞춤형으로 학교 밖의 체험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혹자는 현장체험학습을 친구들과의 추억, 사회성 기르기, 기분 전환 등을 위한 것이기에 가정에서의 체험으로 대체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굳이 학교 밖에 나가서 운영할 필요도 없다. 교실 안에서도, 학교 운동장에서도 친구들과의 추억, 사회성, 기분 전환 등의 목표를 달성할 방법도 있다.

그래서 지금 학교에서의 현장체험학습은 어떠한 목적성을 띠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학교 교육과정과 그 연계성을 밀접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 그저 학년 내의 한 행사가 아니라 학년 교육과정의 연계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또한 장소성, 즉 '어디에 가느냐?'만이 현장체험의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일례로 '우리 마을'에 대하여 배우는 학생들이 학교 앞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인터뷰하는 것도 중요한 배움이 일어나는 현장체험학습의 사례다. 버스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는 현장에서 체험을 통하여 배움을 연장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을 거다.

더불어 이러한 학년, 학급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은 학교에서만 고민하고 연결한다고 될 것은 아니다. 현장체험처에서 사전에 준비한 워크북이나 활동 프로그램 등으로도 충분히 교육과정과 의미 있게 연결하여 운영할 수도 있지만, 학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 준비해 줄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지금 대부분의 체험처는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프로그램들이 연초 등에 완성되어 있고, 학교에서 고르거나 있는 것을 참가하는 수준일 것이다. 또한 충실한 협의를 통하여 현장체험학습을 그렇게 유의미하게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교사에게 시간적 여유도 필요하다.

싱가포르의 한 박물관에서 만났던 현장체험학습에서는 박물관이 어떻게 학교와 밀착하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박물관이었고, 싱가포르의 역사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전시관이었다. 학생들이 팀을 나누어 작은 시대별 코너에 들어가면, 그 안에 살펴볼 교과서와 지도 자료 등이 많았고 코너별 선생님이 그 자료들을 활용하여 수업하는 모습을 보았다. 코너별로 특색 있는 자료들이 방문 학생과 교사들이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었다. 박물관은 무조건 조용히 들어야 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어지기 충분했고, 아이들의 학습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았다.

여하간 이제까지 잘 갔으니, 그냥 계속 그대로 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현장체험학습의 발전을 위해서 안전성 외의 많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생각해 볼 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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