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수능을 한 주 앞두고
[교육논단] 수능을 한 주 앞두고
  • 승인 2023.11.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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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수능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의 언론 매체에서도 작년과 달라진 운영 방식, 시험 준비물, 금지 사항 안내부터 시작하여 자리 배석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수능시험에 관한 기사들을 슬슬 쏟아내고 있다. 아마도 수능 이후까지 한동안은 그러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수능은 정말 국민적 응원과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수능의 가장 큰 변화는 아마 ‘코로나 전으로의 회귀’일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코로나로 인해서 수능을 미뤄야 할지 말지까지도 갑론을박하는 등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제 올해는 격리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장 등이 따로 마련되지 않는다. 수능 기간에 코로나 확진이나 유증상자 수험생이 발생하더라도 분리되어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는 거다. 다만 별도의 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기를 권고받는 가운데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일반 학생들의 경우 점심시간에 별도의 칸막이도 사용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벌써 코로나 이전의 수능으로 돌아와도 되는지, 아직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지난 5월에 국가적으로도 코로나19의 대응을 장기적으로 일상에서의 관리하는 수준인 ‘엔데믹’으로 전환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더불어 곳곳의 전문 기관에서 올해 재수생 이상의 N수생 숫자가 최고치가 될 거라는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거의 16만 명에 이를 거라고 예상하는데, 이는 27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교육부의큰 화두였던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의 배제 결정, 의대 모집 정원 확대 이슈 등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또는 코로나 이후 안정적인 상황에서 시험을 다시 치르고자 하는 수험생들도 있을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재난의 상황 속에서 코로나로 컨디션 조절을 하지 못했다면서 눈물을 흘리던 몇 년 전 수험생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학교생활 자체가 적응이 어려웠던 학생들도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이 올해 수능에 재도전할 수도 있을 터다.

얼마 전 수능에 대하여 몇몇 선생님들과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우리는 교육자로서 교육의 목표가 수능 시험의 문제 맞히기가 아니라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쓸데없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교육의 목적이 학교가 생각하는 철학과 비전, 교육청이나 정부, 세계가 생각하는 철학과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또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이 생각하는 교육, 혹은 학부모의 교육, 이들의 교육에 대한 목표에 대해서도 결론을 맺을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꽤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대학 입학을 위한 경제적, 사회적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장 공정한 방법이 ‘수능’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앞으로 학생이 해당 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지 어떤지 그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수능에서 모든 힘을 소진한 학생들은 대학에서 제대로 ‘수학(修學)’할 열정을 잃어버릴 수 있다. 어떠한 학생들은 공부할 이유조차 찾지 못한다. 더 이상의 ‘정복할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학생들은 대학에서 학문을 하기 이전에 공부가 벌써 질려버렸다.

고등학교까지의 성적은 해당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되는데, 막상 그 대학에 가서는 공부하지 않는 소위 ‘부적격한 학생들’을 양산한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그 시험의 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러한 방식으로 각 대학의 입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합당한가? 괜히 아이들만 힘들게 하면서 평가의 주요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인간은 평생학습을 하는 존재라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데 얼마나 이바지하는가? 이처럼 물론 다소 이상적이지만, 어쩌면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물론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도 어떤 결론을 짓지는 못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며, 수능 역시 그러한 측면에서 항상 되물어 보고 되짚어 보아야 할 교육정책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매년 종이 뒤집듯 바꾸어서는 안 되겠지만 수능 정책의 목표 측면에서 도달이 미진한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하간 아무쪼록 올해 수능을 친 수험생이 행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하나 더하여 이들이 앞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힘 역시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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