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저출산·고령사회 극복을 위한 ‘뉴(NEW)-대가족’ 문화 확산 시급하다
[윤덕우 칼럼] 저출산·고령사회 극복을 위한 ‘뉴(NEW)-대가족’ 문화 확산 시급하다
  • 승인 2024.01.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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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야가 저출산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지난 18일 여야가 총선1호 공약으로‘저출생 종합대책’을 나란히 발표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400조원을 투입했으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세계적인 노동경제학자인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은 최근 그의 블로그(이효수 경세제민)에서 미국의 사례를 들어 뉴(NEW)-대가족 문화가 저출산·고령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은 프랑스와 같은 특별한 출산정책이 없는데도 저출산 늪에 빠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1980년 합계출산율이 1.83명으로 떨어진 후 지난 43년간 ‘준저출산(합계출산율 2.1명 미만~1.6명 이상)’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준저출산 사회’는 인구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감소하는 ‘완만한 인구절벽’을 가져오기 때문에 경제사회 충격도 낮고 기술혁신이나 경세사회시스템 혁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에 국가발전이 지속 가능하다.

이 전 총장은 그 바탕에 미국의 대가족문화를 주목하고 있다. 개인주의, 핵가족 문화가 발달돼있다고 알고 있는 미국은 우리와 반대로 지난 50년간 대가족 비중이 꾸준히 증대됐다. 2021년에는 1971년 대비 그 비중이 2.6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에서 대가족 거주 가구(multigenerational family households)는 1940년 24.7%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다 1970년대부터 다시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1971년부터 2021년까지 대가족 거주자는 4배로 늘어났다. 대가족 거주는 25세 이상 성인이 부모와 함께 살거나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세대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인구 조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1년3월 현재 미국 대가족 거주자는 5천970만명으로 2019년 5천840만명보다 크게 늘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서 2000년대부터 2021년까지 21년간 총인구는 9%증가에 그쳤지만 대가족 거주 인구는 무려 28%나 급증했다.

이효수 전 총장은 대가족 문화가 무너지고, ‘나홀로족 문화’, ‘딩크족 문화’확산이 우리나라 초저출산의 핵심적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반대로 지난 7년(2015-2022)사이에 1인 가구는 34.5%, 핵가족(1세대 가구)은 25.5%증가했다. 반면에 2세대 가구는 4.4%, 대가족 가구인 3세대 가구는 무려 35.6%감소했다. 양육자원이 부족한 핵가족, 1인 가족 문화가 초저출산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대가족 가구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단점보다 경제적 이점, 육아 및 돌봄, 정서적 이점 등 장점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대가족 거주를 위해서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사생활 침해와 상호 의견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전 총장은 대가족 거주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한 대가족문화의 르네상스를 강조하고 있다. 대가족문화 르네상스는 단순히 과거의 가부장적 대가족 제도로 복귀하자는 것이 아니다. 가족 개개인의 개성과 가치, 자유와 행복을 중시하는 새로운 대가족문화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가족 거주의 단점인 사생활 침해 및 가족 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장은 새로운 형태의 대가족을 가부장적 대가족 제도와 구분, ‘뉴(NEW)-대가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뉴-대가족문화의 확산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주거 공간 창출을 역설했다. 최근에는 자녀를 2명 이하로 두기 때문에 뉴-대가족은 조부모, 부모, 자녀 2인 등 모두 6인 전후다. 아파트 등 주거 단지를 조성할 때 3대가 살면서 개인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주택 공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총장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며, 초저출산·초고령사회에서는 노인복지 시스템이 붕괴돼 노인 빈곤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대가족은 대가족 3대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어 가족 구성원들 개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감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부가 자녀 양육에 대한 불안감 없이 맞벌이를 할 수 있어 핵가족에 비해 양육비가 줄고 경제적 수입이 크게 증가될 수 있다. 핵가족은 부모, 자녀가 모두 별도의 주거공간이 필요한데 반해 뉴-대가족은 한 지붕 아래에서 살기 때문에 주거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주거비에서 절약된 예산은 자산축적을 위해 투자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추구하는데 지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심각해지고 있는 노인 고독사와 노인 빈곤문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고령사회 극복을 위한 패러다임 ‘뉴(NEW)-대가족’ 문화 확산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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