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한 마리
살점이 움푹 파인 초승달
휘어진 바다를 어루만진다
가시 하나
내 비늘을 흔든다
나는 또 기필코
너를 안고
내가 너를 찌르고도
고통인 줄 모른다
머리칼에 수북이 젖어든 달빛
골목 깊숙한 곳까지 헤엄치다
헝클어진 술잔 속에 빠져든다
가시 하나 빼려고
퍼득퍼득 술잔을 들이마신다
밀어내고 싶을 때마다
옆구리에서 장미 한 잎 살아났다
◇김영숙 = 울산문인협회원. 등대문학상 입상. 울산산업축제 시부문 우수상.
<해설> 물고기와 초승달과 바다가 하나가 되는 경지가 술잔 속에 있는 것인가? 사물의 본질을 허물고 있으면서 너를 안고 내가 너를 찌르고도 고통을 모른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자신이 가시를 품은 장미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술에 취한 장미였기에 그런 것인가?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자신에 몸에서 가시를 빼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고 있음이 이 시에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결국 가시 하나 빼려고 퍼뜩 술잔을 들이마시는 행위를 통해서 내면의 고통 때문에 온몸을 이리저리 퍼덕이는 물고기의 모습을, 마치 자신으로 그려놓은 건 아닐까. 상대의 사랑을 너그럽게 받아주지 못했을 때의 심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