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그리움 베리에이션
[좋은 시를 찾아서] 그리움 베리에이션
  • 승인 2024.02.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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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철 시인

별거 아니에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거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거 별거 아니에요

가뭇없이 한 해가 가고 또 너도 떠나가는 거

별거 아니에요

바람 불고 구름 흘러가는 거

흘러가는 흰 구름에 마음 그림자 지는 거

마음 그림자 켜 켜에 울컥, 눈물짓는 거

별거 아니에요

그런데 어찌 한데요

텅 빈 겨울 눈밭 사각사각 사운거리는 저 갈대

맨몸으로 하얗게 서서 서로서로 살 부비는

저, 저 그리움의 키 높이는 어찌 한데요

◇이경철= 1955년 전남 담양 출생. 동국대 국문과와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와 문화부장, 문화전문기자, 문예중앙, 랜덤하우스, 솔출판사 주간 등으로 일하며 1990년부터 다수의 현장 비평적인 평론 발표. 2010년 ‘시와시학’에 시인 등단. 동국대, 경기대, 숭의여대, 서울디지털대 겸임교수 등 역임. 저서 ‘천상병, 박용래 시 연구’, ‘21세기 시조 창작과 비평의 현장’, ‘미당 서정주 평전’, ‘현대시에 나타난 불교’, ‘박찬 평전’, ‘허무의 꽃’. 시집 ‘그리움 베리에이션’, 공저 ‘대중문학과 대중문화’, ‘천상병을 말하다’와 편저 한국 현대시 100년 기념 명시, 명화 100선 시화집 ‘꽃필 차례가 그대 앞에 있다’, ‘시가 있는 아침’ 등. 현대불교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인산시조비평상, 동국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해설> 시인은 일반적으로 정작 중요한 것들은 별거 아니라고 밑줄을 친다. 해, 별, 한해, 바람, 그림자, 눈물, 마음 등을 다 별거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반전은 “그런데 어찌 한데요”로 중의적인 관심들을 한군데로 집약시키는 베리에이션! 화법의 놀라운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텅 빈 겨울 눈밭 사각사각 사운거리는 저 갈대 / 맨몸으로 하얗게 서서 서로서로 살 부비는 /저, 저 그리움의 키 높이는 어찌 한데요”는 관념이 아닌 섬세한 서정이면서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리움의 높이가 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갈대의 키 높이 일 때, 우린 서로 잘난척하지 않으며 온몸을 제대로 부빌 수도 있겠다.

-박윤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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