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촉법소년
[대구논단] 촉법소년
  • 승인 2024.03.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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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균 대구광역시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최근 우리 사회에서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가 심각한 수준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 매년 늘고 있어 최근 5년간 6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법률상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으로서, 징역이나 벌금 등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만을 받는다.

지난해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 10세 초등학생이 고층에서 떨어뜨린 돌에 맞아 70대 남성이 숨졌다. 지난해 4월에는 인천에서 여중생을 폭행하고, 속옷만 입힌 채 촬영한 뒤 협박한 10대 청소년 6명이 공동폭행, 협박,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이들 중 3명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었다. 또한 충남 천안에서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2명을 또래 학생 20여명이 집단으로 폭행하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의 가해 학생들 대부분이 촉법소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성인들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해 어린 청소년들을 범죄에 끌어들이는 사례도 있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0대 가출 청소년들을 범죄에 끌어들여 대전 시내 금은방을 턴 성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 결과 이들은 오토바이를 사주겠다고 어린 청소년들을 범죄에 끌어들이고 구체적인 범죄 수법은 물론이고,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경찰에 진술하도록 교육까지 시켰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촉법소년 수는 총 6만5천987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8천615명, 2020년 9천606명, 2021년 1만1천677명, 2022년 1만 6천435명, 2023년 1만9천654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범죄 유형별로 살펴 보면, 절도가 3만2천673명(49.5%)으로 가장 많았고, 폭력 1만6천140명(24.5%), 강간·추행이 2천445명(3.7%)이 그 뒤를 이었다. 방화(263명), 강도(54명), 살인(11명) 등 강력범죄도 눈에 띄게 늘었다.

더욱이 일부 촉법소년들은 비난의 수준이 높은 강력범죄를 자행하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어떤 범죄는 만 14세 미만의 범죄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외국의 경우, 촉법소년의 연령은 프랑스가 13세 미만, 캐나다는 12세 미만, 영국은 10세 미만, 미국은 10~13세 미만, 호주는 10세 미만이다.

촉법소년을 규정하는 연령 상한을 낮추는 문제는 지난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시작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하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법률 개정안 등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촉법소년 처벌이 근본적인 청소년 범죄의 해법이 될 수 없고, 미성년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으면 성인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촉법소년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나는 어려서 범죄를 저질러도 교도소에 가지 않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청소년들 사이에서 오고 간다.

이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단지 나이가 어리다고 흉악범조차 처벌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우리나라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다.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인 처벌과 사회적 책임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인식을 청소년 때부터 심어주어야 한다.

물론 청소년기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촉법소년들에 대한 교육 및 상담, 사회봉사 등을 통한 실질적인 교화·선도 프로그램도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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