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내부고발자
[좋은 시를 찾아서] 내부고발자
  • 승인 2024.03.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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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하

차질이 생겼다, 판도는 바뀌었고
유리 조각은 몸속에서 산산이 깨졌다
암흑으로 끌려가는 지뢰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터졌다

죽은 것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다
살아있는 거야?

네가 나를 겨누었을 때
너를 겨누지 않은 것 같겠지만
같을 길을 가자고 보채며
서로를 반대방향으로 끌어당겼다

우리의 뒷모습은 얼마나 팽팽하니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 헝클어진 침대커버에서
웃음을 걷어 지구 반대편까지 밀쳐냈다
그곳의 누군가는 날벼락을 맞았고
껄껄거리는 병에 걸렸겠지

아플 때마다
나 아닌 것들이 부리는 횡포에
매일 지고 나면
떠지지 않는 눈에 만년설이 쌓인다

◇김새하= 본명 김나영, 2017년 최치원신인문학상수상하면서 계간 시작으로 등단. 창원문인협회 회원, 민들레 문학회 편집장, 영남시 동인, 경남문인협회 사무차장으로 활동. 저서 시집 “도망칠 수 없다면,” 이 있음.

<해설> 이 시에는 자연물이나 서경적인 풍경에 일부가 조금도 개입되지 않는다. 그럴 틈을 주지 않으면서 철저히 내면 심리를 나타내는데, 정황상 필요한 등가물들만 어떤 심리적 상황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리 조각, 지뢰 침대 커버, 만년설로 이어지고 차질, 횡포, 암흑, 병이 관념을 끌고 다니면서 시인 자신 내면의 갈등과 고민을 찾아내는가 하면 질타와 반성을 거듭하면서 제대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 에 대한 여과나 비유 없이 존재에 대한 고민을 진술하고 있다. 젊은 시인들의 전형적인 시 쓰기의 일면을 잘 보여주는 시로 읽힌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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