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붓고 소다를 휘저은 낮달이
끈적하게 뜬 유년이었지
문방구 앞에서 좌판에 앉아
달과 별을 찍어주던 아저씨
옷핀에 침 발라
달의 분화구 하나를 떼어내면
끈적한 꿈이 우산을 쓰고 걸어왔지
아직도 가끔은 그런 꿈을 꾸고 있네
무엇이든 될 것 같았지만
그 무엇도 되지 못했던 시절
엄지와 검지로
별빛 묻은 말들을 뜯어내면
다시
연탄불 위 국자 안에서
촌스러운 억양으로 부풀려지던
나의 유년
◇송행숙 = 2018년 <시조시학> 시조 신인상. 2022년 <문학청춘> 시 신인상. 2023년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최우수상 수상. 시조시학, 강진문학 회원.
<해설> 달고나처럼 혀뿌리까지 달달한 시다. 어린 시절의 향수가 물씬하게 묻어나는 시이다. 문구점 아저씨가 찍어주는 문양을 뜯어내는 동작 가운데서 “옷핀에 침 발라/달의 분화구 하나를 떼어내면/끈적한 꿈이 우산을 쓰고 걸어왔지”는 단순한 동작 묘사를 넘어 끈적한 꿈과 우산의 결합이 보여주는 의미의 확장이 달고나 그 이상의 세계에 잇닿아 있다. 쉽게 이해되는 문장을 나열하면서도 “무엇이든 될 것 같았지만/그 무엇도 되지 못했던 시절” 마음대로 할 없던 한 생의 면면들을 달고나를 통해, 씁쓸하고 촌스러운 억양과 대조 대비를 통해, 오늘의 자신을 별빛 묻은 말들을 조심스레 잡고 뜯어내는 시인으로서의 한 모습을 국자 안에서 녹는 설탕을 통해 비춰보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