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인생은 모든 길이 정답이다
[달구벌아침] 인생은 모든 길이 정답이다
  • 승인 2024.03.13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은주 복현중 교사
이사 후 출근길이 길어졌다. 길치인 나는 처음엔 네비게이션으로 목적지(학교)를 찍고 출근하다가, 길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는 학교에 도착 전 마지막 한두번의 갈림길이 나왔을 때 어느 길이 덜 혼잡한가를 보기 위해 네비게이션을 켠다.

네비게이션은 내가 목적지를 설정하는 순간의 빠른 길을 최적의 경로로 안내한다. 한 번 그 길을 선택하고 나면 중간에 최적의 경로가 바뀌더라도 알아서 경로를 바꿔주는 일은 잘 없다.

인생에서도 늘 ‘최적’만 선택할 수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쉽고 간편하겠냐 만은,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한창 주행을 하던 중이거나 차가 밀려 아직 목적지까지 한참 남았고 경로를 바꾸기 힘들 때에야 다른 길이 최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효율로 따지면 최악인 경우도 없지 않다.

세계 소프트파워를 좌우하는 1% 유대인들의 탈무드식 생각 훈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1% 유대인의 생각훈련>에서는 “정답은 없다. 수많은 해답으로 가는 논리가 있을 뿐이다.”고 말하며, 우리나라 교육과 유대인 교육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산수 문제를 제시한다.

우리나라식 질문 ‘2+3=○’.

유대인식 질문 ‘○+○=5’.

우리는 ‘2+3=○’의 답이 뭐냐고 묻고 그 답은 오로지 ‘5’다. 그런데 유대인은 ‘○+○=5’에는 어떤 수가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현실 세계를 더 잘 반영하는 것은 어찌 보면 유대인식 질문일 것이다. 인생에는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과학실험을 할 때는 ‘실험군’과 ‘대조군’이 있다. 실험군은 실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인위적 또는 어떤 조작을 통해 환경 설정을 한 집단이다.

이와 달리 실험 결과가 제대로 도출되었는 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어떤 조작이나 조건도 가하지 않은 집단을 대조군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생에는 대조군도 없다. 같은 환경에서 조건만 달리하여 인생을 한 번 더 살아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순간은 어딘가로 가는 과정 중에 있다. 단지 그 과정을 지날 때는 내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어제가 같고 오늘이 같고 내일이 같은 생활인 듯 착각하며 살 때가 있지만, 어제는 분명히 오늘과 다르고 오늘은 내일과 또 다르다.

우리는 다시 돌아올 수 없고, 돌이킬 수도 없는 비(非)가역적인 시간을 살고 있다. 어느 순간이 힘든 일의 ‘끝’이라는 것을 알면 그 힘듦을 조금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텐데.

매일 잘할 순 없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도 어떤 날에는 모든 게 엉망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개학 첫 주가 너무 정신없고 힘들어 숨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하지만 ‘메멘토모리,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를 떠올리며 얼른 그런 생각을 날려버렸다. 오늘은 어제 떠나간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니까.

인생은 모든 길이 정답인 듯 하다. 잘못된 길은 없다. 남들이 보기에 돌아가더라도 내 길을 가면 된다. 어제와 같은 듯 다른 오늘은, 또 다른 하루를 살아야겠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