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먹었는데 도박으로 신고…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중단을”
“밥만 먹었는데 도박으로 신고…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중단을”
  • 류예지
  • 승인 2024.03.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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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주노동자 단체 주장
마약·도박 등 허위신고 잇따라
해당 범죄 혐의 없음 확인돼도
불법체류 등 적발로 강제추방
일반인이 악의적 단속 나서기도
이주자 인권보장제도 마련 촉구
대구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무분별하게 단속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잦은 허위신고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일반인들의 악의적 단속으로 폭력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대구이주노동자 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구 만평시장의 베트남 음식점에 ‘도박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범죄 혐의는 없었으나 경찰이 손님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던 중 미등록 베트남 국적 30대 남성과 5개월 자녀가 적발돼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됐다.

이들은 이런 허위신고가 하루에도 5회 이상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구와 달서구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며 주로 식당이나 노래방 등 업장으로 마약 또는 도박 신고가 들어온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허위신고로 인해 이주자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면 손님들은 신분증을 경찰에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적발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현행범 체포돼 강제 추방된다. 손님들은 식사 도중 불안에 떨어야 하고 업주들은 손님의 발길이 끊겨 경영난을 겪는 실정이다.

또 일반인의 강압적 단속에 이주자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점도 논란이다. 일부 이주자들에게 ‘쇠몽둥이’ 등 흉기가 사용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한 영상에는 민간인이 도망가는 이주자를 잡기 위해 차를 몰고 들이받는 장면도 담겼다.

이날 대구 외국인 근로자 30여 명은 서부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체류 기간이 지난 이주노동자일 뿐 경찰이 수갑채워 잡아갈 만한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며 “차별적 대우를 멈추고 허위 신고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신고의 허위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접 현장에 출동할 수밖에 없고 불법체류 사실이 확인되면 상황이 어떻든 간에 체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인의 불법 체류자 체포도 제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가 가능하고 목적이나 방법이 정당하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주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2030년에는 국내에 이주민들이 5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민청 설립 등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폭력적 단속은 계속되고 있다”며 “더 큰 사회적 갈등으로 불거지기 전 차별적인 시선을 거두기 위한 행정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주자들이 불법체류로 전환되는 한계를 재구성하고 이민제도의 핵심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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