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IB 글로벌 콘퍼런스의 논의를 돌아보며
[교육논단] IB 글로벌 콘퍼런스의 논의를 돌아보며
  • 승인 2024.03.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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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 교사, 교육학 박사
지난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일간 대구에서 열린 ‘2024. IB 글로벌 콘퍼런스, 대구’에 참가했다. 콘퍼런스에서 한 세션을 직접 운영하였기에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 부담감도 컸는데, 이렇게 지나고 돌아보니 콘퍼런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았다. 3일 동안 세계 각국의 교육자들이 다양한 주제로 나눈 논의들은 저마다 생각해 볼거리가 참 많았고, 교육자로서의 영감을 주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의 세션 주제였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학교문화’와 같은 주제처럼 비단 IB 학교만 국한되는 배움이 아닌 내용도 많았다. 다양한 주제로 나눈 이야기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교사 웰빙 전문가인 ‘멕 더럼’은 학교의 웰빙을 위해서는 교사의 웰빙에 대한 우선적인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집에서 학교에 관한 생각, 일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학교에서 나온 게 아니다’라는 그녀의 이야기에 장내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교사가 아닌 그 누구라도 많은 사람이 수시로 집에서 일터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을 터다. 우리나라의 교사 소진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하다. 작년의 교사 자살 사건 이후로 사회적인 큰 논의로까지 이어졌으나, ‘학부모가 제대로 행동하자’라는 선언 정도의 수준 외에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교사에 관한 연구들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교사 웰빙 전문가가 많아지면 교사의 소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주제는 교사의 협력을 지원하는 AI와 관련한 논의였다. 챗 GPT 이후의 각종 AI 프로그램이 쏟아질 때 학교에서 교육자들이 주로 고민한 문제는 ‘AI를 학생들이 바르게 활용하는가?’, ‘인공지능 시대의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하는가?’, ‘어떻게 AI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을까?’ 등의 문제였다. 그런데 이 세션은 대상을 교사로 전환하여 AI가 교사의 협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원하는가 하는 내용을 담았다. 75분간 준비한 주요 교안의 세부 내용들이 AI로 21분 만에 만든 것이라는 발표자의 말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AI를 활용한 수업 계획의 설계는 대단히 지식이 풍부했고, 교사가 요구하는 바른 담아내고 있었으며, 정교성이 돋보였다. 선생님들이 모여서 고민했다면 족히 3시간은 걸렸을 내용을 20여 초 안에 보여준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콘텐츠들의 결과물들을 두고 ‘이 자료 중에서 우리 반에 맞는 수업은 어떻게 활용하면 될까?’, 개별화 교육의 측면에서 ‘우리 반 OOO에게 필요한 자료나 학습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아이들의 사전학습을 반영하면 어떤 수정이 필요한가?’ 등의 논의를 할 시간적 여지가 생겼다. 더불어 AI의 질문의 방식 자체가 교사들이 협의를 전제한 내용일 때, AI는 좀 더 분명하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 답변을 보여주었다. 교사가 좀 더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부분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교사의 주도성에 대한 논의도 인상적이었다. 발표자는 교사의 주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도성을 발현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왜 선생님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수업을 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학교의 어떤 환경이 선생님들이 자신의 주도성을 발휘하지 않게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다. 교사의 주도성을 위한 정책들이 교사들이 무언가 ‘하게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게 되었다.

더불어 어떤 연구자들은 교실에서 교사의 수업을 평가하고 장학할 수 있는 도구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주로 평가 루브릭은 학생에게만 적용하는 게 익숙했었는데, 이 평가의 루브릭을 교사의 수업에 대한 것으로 제작하고 도입해 본 것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대단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동료 장학 등 수업을 공개하면 온갖 다양한 점들을 살펴보게 되는데 이렇게 한 가지 초점을 가지고 수업을 바라보는 것도 교사의 발전을 위해서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세션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 선생님께서 ‘쉬거나 놀기만 하는 것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교사는 아무도 없다. 스스로 좋은 수업을 하였다고 느낄 때, 교사는 행복을 느낄 것이다’라는 말씀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교육자들이 전문 필드에서 서로에 대한 존경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기회가 자주 생기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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