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반에 모던함 더해 미래 가능성을 열다
소반에 모던함 더해 미래 가능성을 열다
  • 황인옥
  • 승인 2017.02.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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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디자이너 백은展
25일까지 갤러리전
“혼밥 등 현대 라이프스타일에
‘소반’ 효용성 충분하다 생각”
기본적 전통 형태미 지키며
기능성 덧입힌 작품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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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디자이너 백은의 소반전이 갤러리전에서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같은 음식에 수저를 담그며 식사하는 장면은 한국인에게 정겨운 풍경이다. 공동체의 끈끈한 교감이 밥상에서 오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가구 디자이너이자 공예가인 백은은 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한 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문화는 우리의 전통이 아니었다”며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에 의해 강요됐다. 전통 식문화와 비교하면 격이 낮은 문화”라고 언급했다.

“조선 초, 중기만 해도 남녀노소와 신분 고하(高下)는 엄격할지언정 격조 있는 1인상을 받았어요. 지금도 전통을 고수하는 종가집 행사에 가면 1인상을 차려냅니다. 1인 1접시로 음식을 들어먹는 서양이나 반상을 차려내는 일본보다 우리가 격이 훨씬 높았지요.”

1인 1상 하면 소반(小盤)이다. 소반은 짧은 발이 달린 작은 상으로 식기를 받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사용됐다. 지금도 종갓집 종부의 부엌 시렁에는 소반이 가지런하게 진열되어 있고, 종가집 행사에 사용되고 있다.

백은은 소반이야말로 박제된 박물관에서 현대로 부활할 여지가 큰 전통 가구 중의 하나로 포착했다.

“차문화가 보편화되고 혼밥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소반은 효용가치가 큰 가구에요. 박제된 과거가 아닌 미래 가구로서의 가능성이 높죠.”

가구 디자이너이자 공예가인 백은의 ‘소반-Reflection(반사, 투영)’전이 갤러리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는 소반 20여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소반은 전통 디자인을 기본으로 현대적으로 리디자인(re-design)된 작품들이다.

세련되면서도 간결한 현대 가구를 디자인해온 백은이 소반에 꽂힌 것을 “필연이었다”고 회상했다.

미국 로체스터 공대 유학시절 가구 디자인을 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 서구적인 가구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가장 서구적인 가구를 디자인했지만 그는 번번히 ‘한국적’이라는 평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평가 속에는 부정보다 긍정의 메시지가 강했다. 백은은 “바로 이거다” 싶었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경쟁력을 본 것.

“제 디자인이 한국의 전통문양이나 형태를 따오지 않았음에도 교수님께서 한국적이라고 하셨어요. 그런 경험을 통해 한국인으로 살아온 제 안의 정체성이 무의식적으로 저를 지배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백은이 소반 작업으로 세상과 소통한 것은 3년쯤 됐다. 그는 소반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소반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그가 전통 가구인 소반의 귀환에 거침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데에는 변화된 사회상이 한몫했다. 각종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공예품의 예술적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하고, 상업갤러리에서 공예 전시에도 적극적이 된 것.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백남준 선생이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저 역시 가장 세계적인 것을 목표로 하지만 한국인이기에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고 잘 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세계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 되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이치에 소반은 잘 부합하는 것 같아요.”

백은의 소반은 전통에 현대 감각을 더한 재해석된 소반이다. 소반의 크기와 높이를 현대인의 신체구조에 맞추며 기능성을 높이고, 장식과 디자인은 최대한 덜어내며 모던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소반이 오랫동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실용성과 심미성 둘 모두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봐요. 저도 현대인의 신체구조에 맞게 형태에 변화를 주고, 전통에는 없는 흰색을 칠하며 두 가치의 균형을 추구했어요. 간결한 디자인을 한 흰색 소반은 현대인의 생활공간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있죠.” 전시는 25일까지. 053-791-213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백은은 홍익대 미술대학 및 대학원과 미국 로체스터 공대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민대에서 실내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적인 가구아티스트 웬델 캐슬의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로도 활동했으며, 2004년부터 홍익대 미술대학 목조형가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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