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해서 강렬하다
고요해서 강렬하다
  • 황인옥
  • 승인 2017.03.09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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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사랑한 色 ‘검정’
내달 25일까지 리안갤러리 ‘아름다운 검정’展
‘숯의 화가’ 이배 등 갤러리 소장 작품 ‘검은색’ 주제로 전시
실험적 모노크롬 회화부터 전통 묵법의 재해석까지 다양한 작품 ‘한자리에’
김승주RubotoB-2015-칼라
김승주 작 ‘Ruboto B’
전시장이 검은색의 압도하는 에너지로 충만했다. 작품이 모두 검정 일색이었다. 검정색을 주로 쓰는 작가 9인의 작품이 검은색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전시는 리안갤러리가 시작하는 ‘아름다운 검정(BEAUTIFUL BLACK)’전. 전시에는 리안갤러리 소장 작품이 걸렸고, 전시장은 이들 검정이 뿜어내는 깊은 침묵과 부드러운 속삭임의 팽팽한 긴장감이 넘쳤다.

검은색은 모든 색을 흡수하는 색이다. 보통은 무거움, 두려움, 암흑, 공포, 죽음, 권위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징하지만 특유의 파워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예술가들의 간택을 받아왔다.

검정에 대한 예술적 선호는 동·서양을 막론했다. 렘브란트는 검은색을 켜켜이 쌓인 깊은 어둠으로 표현했으며, 벨라스케스는 검정에서 격조를 길어 올렸다. 마네와 마티스에 이르러서는 근대적이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빛내기도 했다.

동양 수묵화에서는 먹의 검은 붓질 하나에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차가움과 따뜻함을 담으며 대상의 외형뿐만 아니라 색을 다루는 이의 정신까지도 두루 아우르기도 했다.

리안갤러리는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탐낸 검은색을 단순히 긍정, 부정으로 구분 짓는 것이 아닌 성격이 확연한 또 하나의 색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외적으로 가장 정적인 검은색이 만들어내는 휴지(休止)와도 같은 침묵 속의 내적인 울림에 주목한 것. 그들은 작은 소리도 어둠 속에서 유난히 크게 들리듯 이번 전시가 검은색이 만들어내는 깊고 웅장한 울림을 나누는 전시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참여작가 베르나르 오베르탱(Bernard Aubertin)은 196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 단체인 제로 그룹(Zero Group)의 일원으로 실험정신이 강한 모노크롬 회화를 선보인 프랑스 작가다. 그는 붉은색과 검은색, 그리고 불이라는 요소를 이용하며 생성과 소멸을 통한 삶과 죽음, 그 근원을 이야기한다.

김호득은 수묵의 필치와 발묵, 선염 등의 전통적 묵법을 대범하고 독창적으로 구사해 현대적 표상으로 자신의 시각 언어를 완성하고 있는 작가다. 한지와 캔버스, 먹과 아크릴 등 서로 다른 물성의 재료를 사용해 극대화된 감각의 대비를 드러낸다.

또 김승주는 자를 모티브로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절대 기준을 상징하는 자를 여러 형태로 확대·변형해 자가 가진 본래의 기능과 정확성, 규칙성을 해체한다. 이를 통해 사회의 절대적 규범들에 대한 인식 전환을 주장한다.

남춘모는 ‘빔(beam)’ 연작을 통해 제한된 색채로 선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건축용 내장 철골을 뜻하는 빔은 선의 구조적 특징이 현대 산업사회를 구성하는 본질과 닮았다고 인식한다. 다양한 색을 써온 남춘모는 이번 전시에서 검정색을 적극 끌어들인 신작을 소개하고 있다.

최병소의 작업은 신문으로 압축된다. 신문이란 시대성을 함축한 소재로 작가의 수 천, 수 만 번의 집요한 선 긋기를 통해 활자와 이미지가 가득했던 신문지는 본래의 모습을 지우고 검정 물질로 재탄생시킨다.

이배는 공간적 두께와 시간의 지층을 지닌 힘있는 물질성을 드러낸다. 2000년대부터 숯을 재료로 하고 있다. 숯은 그에게 자신의 원천을 일깨워주는 재질이며 정체성으로 환기하는 재질이다.이밖에도 디자인, 박종규, 권오봉 등이 함께하는 전시는 4월 25일까지. 053-424-220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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