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되 심플하게…시선을 사로잡다
화려하되 심플하게…시선을 사로잡다
  • 대구신문
  • 승인 2017.04.02 16: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양화가 이명미 개인전

22일까지 갤러리분도

2015년 대구미술관 전시 이후

화분 등 간명한 형태로 표현

화풍 변화 보여주는 신작 선봬

“유행 따르기 보다 변화 추구

시대 트렌드 시각적으로 표현”
화분그리기
서양화가 이명미의 전시가 2016년 2월 9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명미 작 ‘화분 그리기’
서양화가 이명미의 작품들이 간명해졌다. 의자, 화분, 컵, 집, 동물 등을 하나의 화폭에 혼용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화분이나 동물을 따로 떼어내 독립시켰다. 2015년 대구미술관 전시 이후 변화된 화풍이자 지금까지의 작업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태도다.

“대구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하면서 그동안의 작품세계를 한 번 정리한 느낌이었다. 이후 새로운 변화가 내 안에서 일어났고,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변화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스티커나 단추나 장난감 같은 오브제를 물감과 혼용하던 패턴은 사라지고, 화면에 삽입하던 글귀도 최소화했다. 형태도 단순화해 추상미술에 가깝다. 구성에서 보면 합주에서 독주로, 심적 측면에서는 채우기에서 들어내기로의 변화다.

변화는 고무적이다. 풍요로움이 사라지고 간명함이 들어선 자리에는 이전과 다른 깊이감으로 넘실댄다. 또 한 번의 생의 고비를 지나며 깨달은 자 특유의 정신성이 잔잔하면서도 그윽한 향취로 배어나오는 것.

“누구나 살면서 겪는 일들이 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런 일들이 개인적으로는 아픔일지 몰라도 창작의 입장에서는 예술 깊이와 풍요로움을 더하는 소스들이다.”

이명미의 작품은 의자, 화분, 컵, 집, 동물 등 일상에서 만나는 이미지를 어린이의 시선에서 장난스럽게 혼용하는 구성과 동화 속 풍경같은 화려한 색상으로 축약된다.

이번 전시작은 혼용하던 이미지를 독립시키고 간결하게 해 자립의 기틀은 마련했지만 색은 여전히 화려함을 고수한다. 변함없는 색에 대한 찬사는 이미지의 변화를 무색하게 할 만큼 낯설음을 차단한다. 신선함은 더하고, 익숙함은 고수한 것.

“인간으로서의 내 삶은 힘에 겨웠지만 화가로써 축복받았다. 내 심장까지도, 상처와 아픔, 행복한 순간까지 화면에 다 넣을 수 있었으니까…화가로써 현재와 과거, 미래까지 끌어와 나만의 작은 우주를 창조할 수 있었다.”

이명미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70년대 한국현대미술사의 전환점이 됐던 대구 현대미술제 발기인으로 참여(74)했다.

그녀는 기존의 예술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의 개념을 추구하던 당시의 아방가르드적 정신을 고수해하며 독창적인 화풍을 추구해왔다.

특히 단색화로 대변되면 당대의 지배적인 분위기에 동조되지 않고 보색대비도 마다않는 화려하고 강렬한 색을 고수해왔다.

“나는 현대미술의 줄기에 같이 있지만 따로 서 있었다. 천성적으로 유행을 따르는 것은 맞지 않았다.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며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을 즐긴다.”

이명미는 시대의 트랜드를 읽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등 의식을 건드리는 것이면 어떤 분야든 따지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어린시절 환경으로부터 왔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판사를 했던 아버지 밑에서 일찍부터 사상과 문학과 음악, 역사 등을 접하며 사회학적인 관심을 키워왔다.

“백화점에서 4~5시간을 쇼핑해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 새로운 트랜드로 둘러싸인 백화점은 내게는 놀이공간이다. 이 세상 전체가 어쩌면 내게는 놀이감이 무궁무진한 백화점인지도 모른다.”

관심사가 시대 트랜드다. 자칫 주제가 무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작품에서 무거움을 걷어냈다. 화려한 색과 순수하면서도 장난스러운 형상으로 극복하는 것. 이는 이명미 예술의 탁월함이기도 하다.

“다쳐도 도전하는 용기가 아방가르드 정신이다. 내게는 그런 특유의 파이팅이 있고, 시대적인 애감도 있다. 이런 정신과 태도가 당대의 박수보다 미래지향적인 작업을 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명미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하지만 무겁지 않고 누구나 거부감없이 동화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분히 대중적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대중성의 근저에는 일상에 대한 포착이 있다. 그녀는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이미지들을 동화같은 순수함으로 표현한다. 일상의 이미지야말로 마르지 않는 창작원이다.

“일상의 이미지를 통해 의식의 흐름을 표현하기 때문에 나는 수많은 레시피를 가진 요리사와 같다. 뷔페레스토랑 요리사처럼 뭐든 할 수 있다. 한 파트만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파트에 열려 있다. 뭐든 할 수 있고, 심심할 사이가 없다.”

사유의 도식, 생각의 흐름도를 그리는 화가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명미는 ‘수신()’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트랜드를 일고 품격있게 담아내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자기자신부터 다스려야 한다”며 “수신이 되었을 때 감정이 균형상태가 되고 그때라야 화면을 제압해 누구의 흉내도 아닌 나만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017년 신작을 소개하는 전시는 갤러리분도에서 4월 22일까지. 053-426.-561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