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현대미술 거장 만난다
대구서 현대미술 거장 만난다
  • 황인옥
  • 승인 2017.09.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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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갤러리, 추상회화 마술사 ‘이미 크뇌벨’ 개인전
기하학적 알루미늄 ‘빌드’ 연작
‘아니마 문디’ 시리즈 등 선보여
이미 크뇌벨
이미 크뇌벨 작 ‘Bild’ 연작

외국인
이미 크뇌벨
리안갤러리 전시장을 둘러보면 독일출신의 이미 크뇌벨을 ‘추상회화의 마술사’로 부르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붓이 지나간 흔적 외에는 그 어떤 형상도 남겨놓지 않았고, 색 또한 삼원색으로 지극한 단조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최소한의 디자인적 요소만 남긴 알루미늄을 소재로 한 캔버스 역시 미니멀의 극치이긴 마찬가지다.

크뇌벨의 작품 세계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알루미늄 페인팅’이다. 1990년대 이후 시작한 이 작업은 집에 있던 오래된 거울의 프레임 모서리에 층층이 겹쳐져 있는 금속 봉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후 시작됐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알루미늄 페인팅’이다.

전시작 ‘Bild’ 연작은 조립식 알루미늄을 기하학적인 여러 형태로 잘라내고 서로 다른 색면 판넬을 조합해 형태의 자율성을 추구하며, 차가운 금속 위를 지나간 붓 자국을 그대로 드러내 색채가 가진 근원적인 생동감과 따뜻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전시작인 ‘Anima Mundi’ 연작은 지난 2011년 첫 선을 보인 작품이다. 밝게 채색된 4개의 색 프레임으로 중심 화면 네 면의 각 둘레를 감싸고 있는 형태로 직관과 계산 사이의 새로운 조형 방식을 끊임없이 탐색한 결과다. 크뇌벨만의 색의 환원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눈치챗겠지만 크뇌벨은 조각처럼 만든 캔버스를 바탕으로 건축적인 추상화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왔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중적인 공간 미학을 추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대 회화 양식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고, 회화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원근법에서 나타나는 수직과 수평 구도의 분제를 새롭게 해석하는 여지를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 회화 작업은 뒤덮은 풍부하고 화려한 색채와 화면에서 보이는 힘찬 붓질이 알루미늄의 차갑고 딱딱한 성질과 하나로 어우러지며 독특한 감성으로 승화하고 있다.

이미 크뇌벨은 말레비치와 몬드리안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인물은 요셉 보이스다. 요셉 보이스는 크뇌벨에게 영감을 준 작가이자 뒤셀도르프 국립미술학교 재학 시기 스승이다. 그의 대표작인 ‘19번 방(Raum 19)‘는 실제 요셉 보이스가 수업할 때 사용했던 공간이자 초기 크뇌벨이 실제 공간 속에 존재하는 페인핑과의 관계 연구를 펼친 곳이다.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회화다’라며 사회적 조각, 개념 예술, 색면 페인팅과 대형 설치물 등 형태와 재료의 변화를 수없이 반복하며 다양하고도 이질적인 작업을 반복해 온 그는 1968년 동료 이미 기스와 함께한 ’IMI+IMI’전을 시작으로 카셀 도큐멘타에 네 차례나 초대됐다. 또한 뒤셀도르프 미술관, 베를린 구겐하임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등 해외 유수의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뉴욕시의 디아:비콘과 뉴욕현대미술관(MOMA), 프랑스의 지역 현대미술 기금(FRAC) 등 세계적인 기관 컬렉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적인 엄밀함, 차가움과 따스함, 진중함과 가벼움 등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서의 회화를 확장한 그의 전시는 10월 14일까지 리안갤러리. 053-424-220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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