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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자연에서 배우다 약속(約束)

기사전송 2017-03-22, 21: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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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해가 뜰 무렵 이른 아침, 아들 등교 도와주고 들어오는 길에 마당 담벼락 밑에 작은 원추리가 피어 있었는걸 보았다. 너무 반가워서 한 참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차가운 긴 겨울의 밤을 잘도 참아내었구나.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되어 다시 찾아왔구나.’ 이런 생각으로 녀석을 바라보니 너무 고맙고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그 녀석은 몇 해 전 따뜻한 봄날, 집 앞 동산에 올라가다가 처음 만났다. 처음보고 야생난인 줄 알았다.

야생 난을 발견했다는 흥분에 사로잡혀 집 화단으로 몇 포기를 옮겨 왔었다. 얼핏 보면 난(蘭)처럼 생겨서 필자처럼 무지한 사람은 야생 난이란 착각을 일으킬만했다. 장모님이 원추리라는 사실을 알려주시기 전까지는 귀한 대접을 받았었다. 그 때 그 원추리가 몇 해 동안 우리 집에서 피고 지며 함께 살고 있다. 원추리는 매 해마다 봄이 되면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의 잎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여름이 되면 잎은 늠름해지고 꽃대에서 노란 꽃을 피운다. 그때는 참 보기 좋다. 칼바람 부는 겨울 동안 땅속에서 죽은 듯싶다가도 언 땅이 녹고 그 땅이 폭신한 카스텔라처럼 될 때쯤이면 어김없이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참 대단하지 않나. 자연이라는 생명체가 말이다.

곰곰이 그 녀석을 보다보니 “자연은 약속을 참 잘 지키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던 약속. 자연은 잊어버리지 않고 반드시 지킨다. 강남 갔던 제비도 떠날 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렵하게 날아가더니 따뜻해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봄바람 몰고 돌아온다. 이쯤에서 궁금증 하나 해결하고 가자. 강남 갔던 제비라는 데 그렇다면 강남은 어딜까, 그래서 필자의 궁금증도 풀고 독자에겐 지식도 전할 겸 강남제비로 검색을 해보니 백과사전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함께 나눠본다.

<강남은 중국의 양자강이남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서, 제비가 겨울을 나기에 알맞을 정도로 따뜻한 곳이다. 그러므로 본래 강남 제비라 함은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돌아온 제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Daum 백과>

목련도 3~4월이면 잎이 피기도 전, 먼저 하얀 꽃잎을 펼친다. 그 어떤 것도 살아있는 생명이 없을 것 같았던 돌무덤 같은 산에도 봄이면 어김없이 생명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다시는 해가 뜨지 않을 것만 같았던 어둠의 시간도 순간일 뿐 결국 태양은 떠오른다. 밀려갈 땐 차갑게 밀려갔더라도 다시 돌아올 땐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돌아오는 것이 자연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약속 하나는 자연이 최고로 잘 지키는 것 같다.

자연을 통해서 약속(約束)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다. 우리는 살면서 참으로 많은 약속을 하고 살아간다. 부모에게 꾸지람 듣고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겠다던 아이의 약속, 빌린 돈을 내일은 꼭 갚겠다고 하던 친구의 약속,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던 연인의 약속, 어떤 일이 있어도 너는 책임진다던 부부의 약속, 아이의 성적보다는 행복을 가장 우선하겠다던 부모의 약속, 돈을 쫓지 않고 가치를 쫓아 살겠다던 직장인의 약속, 나이가 들수록 더 나누며 살겠다던 어른들의 약속, 그 무수히 많은 약속들을 우리는 얼마나 지켜내고 있을까? 되돌아 반성해보니 오만가지 핑계를 대면서 요리 피하고 조리 피하며 잘도 어기며 살고 있구나 싶다.

약속이란 것은 단순히 행위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영혼의 고백과 같다. 한 영혼이 다른 한 영혼을 향해 하는 것이 약속이다. 그래서 약속은 참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약속 중 가장 중요한 약속은 자신과의 약속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일 부터는 정말 열심히 살겠다.” “내일 부터는 운동해야지.” “욕심내지 말고 나누며 살자.”등 우리는 잘도 자신을 속이고 산다. 쉽게 약속하고 쉽게 잊어버리고 다시 또 쉽게 약속을 하고 살아간다. 나에게 한 수 많은 약속들을 이제는 지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제 따뜻한 봄도 되었으니 지천에 피어나는 꽃과 식물을 보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밀린 약속들 하나하나 지켜보자. 오늘은 약속 지키기 딱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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