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23일 목요일    단기 4350년 음력 10월6일(甲寅)
오피니언달구벌아침

하숙생

기사전송 2017-11-08, 21: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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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의 부고 소식에 슬퍼
김주혁 등 유명스타도 생 마감
우리 삶은 천년만년 살것 같지만
때되면 오고 가는 하숙생 아닐까
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 연구소장)


나뭇잎이 물들고, 낙엽이 떨어지듯 떠나보내는 것이 많아진 나이가 되었다. 어느 순간 결혼식장보다 장례식장을 더 자주 가고 있는 내 삶을 보았다.

며칠 전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부고(訃告)였다. 부고 중에서도 가장 슬픈 부고가 바로 ‘본인 부고’다.

본인 부고는 본인의 죽음을 자신의 전화기에 저장된 지인들에게 보내오는 부고다. 고인이 죽고 난 뒤 전화기에 저장된 지인들에게 ‘000(본인) 부고’로 오는 소식이다. 본인 부고는 나를 참 슬프게 한다. 밤새 낙엽 떨어지듯 그렇게 지인이 마지막 자신의 부고만 보내오고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 10월의 끝 날을 하루 남겨두고 ‘잊혀진 계절’의 노래처럼 배우 김주혁이 우리 곁을 떠났다. 특히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놀람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스크린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1박 2일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온 배우였다.

옆집 마음씨 좋은 총각 같았고, 아들 같았고 형, 오빠 같았던 배우였다. 그가 떠나는 길에 많은 동료 연예인들이 눈물을 흘렸다. 사람은 떠날 때, 그 사람이 잘 살아온 지를 알 수 있다는데 그는 참 잘 살았던 것 같다.

유명 배우의 죽음에 묻혔지만 같은 날 ‘흥보가 기가 막혀’로 1980년대 큰 사랑을 받았던 남성 듀오 육각수의 멤버였던 도민호 씨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예전 육각수가 왕성하게 활동할 때 필자가 도민호 씨와 많이 닮았다고 주위 사람들이 자주 얘기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죽음 역시 내게 묘한 감정을 불러왔다. 깊어가는 가을밤, 별도 잠들고 달도 잠든 까만 밤중에 ‘뚝’하는 큰 소리로 떨어지던 오동잎처럼 그들의 죽음이 내 마음에 떨어졌다. 우리 삶도 자연과 닮아서 싹이 나고 잎이 자라 어느 날 낙엽으로 떨어지면 벌거벗은 몸을 솔직히 내어 보일 때가 온다. 세상 모든 것이 비슷하게 오고, 또 그렇게 가고 있다.

눈이 부실만큼 가을이 아름답다. 산이 탄다는 표현처럼 온 산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날씨도 딱 좋다. 아침저녁, 조금은 쌀쌀하기도 하지만 그 쌀쌀함으로 인해 따뜻한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참 좋은 계절이다. 햇볕은 따뜻하고 곡식은 풍성하다. 오래 붙잡아 두고 오래 보고 싶은데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겨울이 오고 봄이 온다.

꽃이 꽃을 포기하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법.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후에야 열매가 맺힌다.

예쁜 꽃잎도 때가 되면 시들고, 뜨거웠던 사랑도 남남처럼 잊혀져 사는 때가 오기도 한다.

때가 되면 다시 피고 다시 만난다. 너무 슬퍼하지 말자.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뜨는 것이 우리 인생 아니더냐. 서러워하지도 말자. 그게 인생 아니더냐.

우리 삶이 꼭 하숙생 같다. 천년만년 하숙집에 있을 것 같지만 뜨거웠던 학업의 순간이 끝나면 졸업하여 사회로 나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인사하고 떠나는 하숙생의 뒷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정 많은 주인아주머니도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다. 다시 새로운 하숙생을 위해 방을 청소해야만 한다.

슬프지만 새로 올 사람을 기쁘게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바로 돌아서자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애도(哀悼)의 시간도 가져야 하고 추억의 앨범에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지는 않아야 한다.

글을 적다 보니 내 마음속에 있는 낡은 전축에서 LP판이 하나 돌아간다. 무슨 노랜가 싶어 ‘후후’ 먼지를 불어보니 최희준의 하숙생이다. 이 노래 한곡 들으며 오늘의 글은 여기 까지다.

<하숙생-최희준>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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