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대회가 남긴 것은?
노동당 대회가 남긴 것은?
  • 승인 2016.05.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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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아무리 독재를 자행해도 그렇지 명색이 공화국을 표방하고 있는 나라에서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인 노동당 대회를 36년 만에 연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이 7차대회라고 하는데 1946년에 열렸던 제1차대회는 북한정권이 수립되기 전 소련군정 하에서 개최되었던 것이고 그 뒤 다섯 차례의 대회는 모두 김일성이 권좌에 앉아 있을 때다. 그를 승계했던 김정일은 오랜 집권기간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모든 인민들이 기아선상에 허덕이며 300만 명이 굶어죽어야 하는 경제난 때문이었다.

지금도 북한의 경제사정은 매우 어려운 입장이라고 하지만 원자폭탄을 만들어 세계를 위협하기 위해서는 인민을 선동하고 그들로 하여금 김정은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것처럼 가장해야할 절실한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7차 당 대회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수천 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하여 연일 고함을 지르고 열렬한 박수를 쳤지만 닷새 동안 몸만 고달팠을 따름이다. 1980년에 열린 6차당대회는 1985년까지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주요한 고지들을 점령하고 1986년에 7차대회를 열겠다고 김일성이 장담했지만 불어 닥친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게다가 1984년 남한에 엄청난 수해가 나자 김일성은 체제우위를 과시할 목적으로 수해 돕기를 제안했다. 한국정부가 당연히 거부할 것을 예상한 선전공세였으나 전두환은 이를 덥석 받아드렸다. 북한에서는 쌀과 옷가지 등 생활필수품을 몽땅 보냈다. 품질은 조악한 것이었지만 실향민 등은 고향의 쌀 맛을 보겠다고 너도나도 신청했다. 품질이야 어떻던 한 민족의 따뜻한 원조였지만 무리하게 물건을 실어 보낸 김일성정권은 그 빈자리가 너무 컸다. 식량창고는 바닥났다. 동물사료를 긴급 수입하여 주민들에게 배급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정경이 벌어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방 소련과 베트남은 과감하게 개혁 개방에 나서 시장경제를 도입했으며 중국이 서울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등 대외환경도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김일성은 의식주에 획기적 개선 없이 7차당대회는 개최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김영삼과의 정상회담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으나 1994년 회담예정일 한 달을 앞두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정권을 세습한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고난의 행군을 명령한다. 처절한 경제난으로 아사자가 넘쳐났지만 김정일은 호화스런 사치에 여념이 없었으며 주위 사람들에게는 명품을 선사하여 주민이야 죽든 말든 자기들끼리만 잘사는 사회주의에 빠졌다. 그러던 중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급작스럽게 당 대회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지 미니당대회인 당대표자회의로 대체한다. 여기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다. 2010년 10월이다. 김정일이 죽은 후 김정은은 서른도 못된 어린 나이에 3대 세습으로 정권을 승계했으며 벌써 4년5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북한은 핵개발에 전념하여 4차에 걸친 핵실험을 자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쏴 올리는 등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핵위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지만 세계 어떤 나라도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엔 안보리를 통하여 북핵은 엄청난 제재대상으로 지명되었으며 북한에 호의적이었던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이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동맹국인 중국이 북핵을 비판하고 모든 무역거래를 사실상 봉쇄하는 등 실질적인 봉쇄작전에 적극 가담하고 있어 북한경제는 나날이 위축되고 있다. 오죽하면 중국에 파견된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대거 탈북 남한에 입국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겠는가.

북한 노동당대회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우선 헌법보다 중요한 당 규약을 바꿀 수 있고 당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간접선거에 의해서 대통령을 뽑는다는 의미다. 5년마다 한 번씩 열려야 하지만 1946년, 1948년, 1956년, 1961년, 1970년, 그리고 마지막으로 1980년에 연 이후 이번이 36년만이다. 김일성 일가의 세습체제가 확고해지면서 구태여 당 대회까지 열어가면서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 큰 의미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번에 두드러지게 보여준 것은 김정은을 노동당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이다. 노동당 제1비서로 부르던 그를 위원장으로 격상시킨 것은 김일성 흉내 내기에 불과할 뿐 권력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김정은은 국제적 인정이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고 핵보유국임을 선언하면서 느닷없이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완화를 위해서 군사회담을 열자고 남측에 제안했다. 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은 ‘북핵’때문인데 이를 외면하고 회담을 열자는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조국통일 3대헌장에 따른 연방제 통일, 주한미군철수, 한미군사훈련중단을 요구한 것도 앵무새 따라 하기다. 김정은이 남북화해를 원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방안을 강구하려면 먼저 핵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는데 이번 당 대회에서는 전연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와 미 본토를 핵으로 타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핵무기 선제 불사용, 핵확산 방지의무이행, 세계 비핵화노력 등 모순된 발언만 남겼다. 주민들이야 굶주리던 말든 오불관언이다. 김정은 일인체제만 유지하면 된다는 독재의 극치를 보였다. 무지한 정권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선제적 안보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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