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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고비의 속내

기사전송 2017-04-23, 21: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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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행동거지를 두고 흔히 쓰이는 속담이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어찌 하나를 보고 열을 알 수 있다는 건가.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도 있다. 그럴 수 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럴 수가 없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상이 각박해지고 삶에 대한 희망이 결여되어가고 있다고 여겨지던 시대마다 ‘영웅’이 등장했다.

실제로 나타나지 않으면 ‘홍길동’이나 중국의 ‘일지매’를 만들어내고 위안을 삼아야만 했다. 그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삶에 지친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탐관오리들을 시원하게 응징하는 속 시원한 모습도 보여준다. 그뿐인가. 그들은 영웅으로 남아 생색(?)내지 않고 유유히 그들만의 세상으로 사라지는 멋진 모습도 보여주니, 존재하지도 않은 그들을 현실에서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고비는 ‘자린고비’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설화 속 인물이다. 실존인물 고비로 보는 설도 있고, 부모 제사에서 ‘고비라고 적힌 지방을 쓴 후 기름에 절여두고 매년 썼다고 해서 ’절인 고비‘라고 불리다가 자린고비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하게 불리어졌지만, 이 설화의 핵심은 본인에게조차 인색하기 그지없었던 구두쇠가 아끼고 아껴서 축적된 귀한 재산을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모두 나누어 주고 떠났다는 아름다운 결말에 있다. 그의 속내를 알기 전까지 온갖 삿대질과 욕설을 일삼던 이들조차 마침내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 흐뭇한 이야기에는 용변조차 아꼈다가 집까지 달려가서 보았다는 재미있는 일화들도 양념처럼 곁들여졌고, 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반동인물들도 등장한다. 그 흔한 이야기의 복선조차 여지를 두지 않고 매몰차고 이웃에게 한 치의 관용도 보여주지 않던 그가 왜 그렇게 전 재산을 기부하는 반전을 보여주게 되었는지는 어디에도 언급이 없지만, 그는 그 시대의 영웅이었음은 틀림없다. 범인(凡人)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을 사회에 환원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멋진 모습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한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열과 함께 그 이상의 박탈감을 남겨준 인물이 있다. 줄기세포 연구가 한창일 때 황우석 박사는 한때 영웅이 되어 서점의 가판대마다 각종 그의 신화적인 유년기에서 현재에 이르는 영웅담으로 가득한 책들이 진열되었고, 권장도서로 선정되어 전국 학교에 배포되기도 했으나, 한 순간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해 버린 적이 있었다. 과연 그 모든 것들이 혼자만의 계획과 전략으로 진행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주요 일간지에서 가짜로 판명 났다는 기사와 함께 고개 숙인 그의 모습에서 온 국민들이 허탈함과 더불어 삶의 의욕을 상실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한데, 그가 다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어쩌면 유능한 한 사람이 선무당들의 부추김과 그의 공명심으로 인해 만든 결과일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비록 더디 가더라도 곧고 바른 학자의 길을 걸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린고비와 함께 수의학 박사 황우석도 속내는 있었겠지만, 두 사람의 차이는 전자는 이미 이야기가 설화가 되고 전설이 되어 아름답게 마무리가 되었고 후자는 현재에도 진행 중인데 있다. 황우석 박사가 1999년에 복제송아지 영롱이를 성공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줄기세포가 무엇인지조차 관심이 없던 국민들조차 흥분하기 시작했다. 인체에 관한 실험과 그 외에 더 많은 기대감이 그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기도 했겠지만, 그는 세계적으로 학계에 주목을 받으며 그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 내면서 명실상부한 생명공학의 새로운 장을 연 전문학자로 자리매김을 하는 가 했더니, 대리모 사건을 비롯한 논문조작 등의 사건으로 인해 비윤리적이고 몰상식한 학자로 불명예스럽게 그 막을 내리고 서서히 사람들에게 잊혀 져 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들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그의 발표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그런 그가 어쩌면 와신상담(臥薪嘗膽)과 자성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이번에는 그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최대주주로 있는 셋톱박스 전문 생산업체 코스닥 상장법인 홈캐스트의 주가조작으로 브로커 윤모씨를 구속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기대감이 또다시 실망을 넘어서 절망감마저 든다. 유능한 한 학자가 왜 이런 사건에 자꾸 휘말리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이 시점에서 황우석 박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에서 희망을 견인할 영웅으로 남을 것인지, 학문을 빙자한 수익추구에 급급한 사업가로서 남을 것인지 그의 속내가 참으로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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