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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피곤한 사회, 더 피곤한 젊은이들

기사전송 2017-04-25, 21: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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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훨씬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기후변화 적응, 에너지 절약, 미세먼지 저감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운동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 같다.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 짧은 거리라도 걷거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저녁 시간에 지하철을 탈 일이 있었다. 직장인의 퇴근과 학생들의 하교 시간이 맞물려서인지 평소와는 달리 객실 곳곳에 서 있는 승객이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서 있는 승객의 절반 이상은 자리를 양보 받아야 할 노인들이었으며, 앉아있는 승객의 상당수는 젊은이들로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감고 일제히 잠을 청하고 있었다.

‘교통약자 보호석’이라는 좌석 위의 빨간색 안내표시가 무색할 정도였고, 이들의 상반된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도 작은 동요가 일었다. 그래, 교통약자란 신체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리라. 졸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누가 감히 교통약자가 아니라고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분명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교통약자일 것이다.

기둥이나 손잡이를 잡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승객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들은 누가 언제쯤 내리려는지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다. 양보 받고 싶은 표정을 감추느라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동자만 분주한 모습이 안쓰러웠다.

노동현장에서 종일 땀 흘리며 일을 하다가 또는 높은 산에라도 올라갔다가 내려온 것처럼 지쳐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보는 사람 누구라도 측은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눈을 뜨려고 해도 눈꺼풀이 무거워 도무지 뜰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옆 사람의 어깨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가 하면 손가락에 걸려있던 물건이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질 정도였으니, 일부러 눈을 감은 것이 아니었다.

학생과 직장인 등 혈기가 왕성해야 할 젊은이들을 저토록 피곤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상급학교로의 진학이나 취업만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 그들이 편히 쉬지 못하고 움츠리고 있는 것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지도 모른다. 결국 다양한 경험과 자유로운 상상으로 어깨를 활짝 펴야 할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안겨준 것은 피로와 졸음과 의무와 부담이 전부가 아닐는지.

2016년 OECD가 조사한 삶의 만족도(BLI, Better Life Index)는 조사대상 38개국 중 우리나라가 28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교육과 시민사회 참여 부분에서 비교적 높은 순위를 기록한데 반해 공동체, 환경, 일과 삶의 균형, 삶의 만족, 건강 영역에서는 거의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더불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은 10시간을 넘어, ‘OECD 국가 중 공부하는 시간은 가장 길고, 삶의 만족도는 꼴찌’라는 언론 보도에 마음이 착잡했다. 또한 주말도 없이 학원을 가야하는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하루 일요일만이라도 학원을 쉬게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에 학부모가 된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의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우리는 몹시 피곤한 상태에 놓여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정치적 문제로 나라가 어지럽고,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한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한반도의 위기상황 앞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으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거기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5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니 더욱 심란하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시되고, 끊임없는 경쟁으로 내몰리는 사회. 미래가 확실하지 못한 불안감이야말로 우리 국민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는 교육제도와 일자리, 복지 등 민생에 관한 내용이 많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자신이 당선되면 무엇이든지 해결될 수 있다는 태세다. 그러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조직이나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과 평화라는 의외로 소박한 것인지도 모른다.

심신이 노곤해지기 쉬운 봄날. 나라의 주인공이 될 청년들이 어깨를 펼 수 있는 해답은, 경쟁보다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포용이라는 바이러스가 사회 전반에 고루 번지는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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