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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법대로 하라’고요?

기사전송 2017-12-26, 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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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누구에게든지 법대로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선뜻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법이란 무엇인가. 국가나 지역, 단체, 기업, 학교 등 일정 범위의 조직이나 개인이 어떤 행위를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허용기준 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나 해서는 안 되는 행위 등을 문자로 정해놓은 것이다. 그래서 법을 최소한의 규범 내지 도덕이라고 말하는 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법대로 살아간다면,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사건이나 사고는 확연하게 줄어들 수 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화재나 교통사고, 공사현장에서의 인명피해 등도 기본이나 원칙을 지키지 않아 발단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나 기업, 단체 등 조직 단위에서 법을 잘 지켜야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역할과 인식도 매우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법은 생활에 녹아들어 삶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규정을 준수하는 순수함을 넘어, 상대를 윽박지르거나 멋대로 하라는 억지의 말투로 들릴 때는 문제가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나 인정, 본능 등으로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굳이 법이라는 울타리로 끌어들이려는 강제수단이 동원된다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법대로 하라’는 말이 그것이다. 하고많은 말 중에 가장 몰인정하고 무책임한 말이 바로 그 말인 것 같다. 힘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또는 고양이 앞에 쥐 같은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최후의 통첩이나 피신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주변에서 사연을 들어보았다. 세탁소에 옷을 맡겼다가 낭패를 본 사람의 이야기다. 뜻 깊은 날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겉옷을 두어 번 입고 세탁을 맡겼는데, 옷을 찾아서 보니 한쪽 팔이 쭈글쭈글 변형이 되어 입을 수 없게 되었더라고 한다. 세탁소에 찾아가 저간의 사정을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탁소에서는 그것이 새 옷이라는 영수증을 가져오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고, 선물을 받으면서 영수증까지 챙기는 사람이 있느냐는 등의 대화가 오가던 중 세탁소 주인이 ‘법대로 하라’며 외면을 해버리더라는 것이었다.

미안하다는 사과라도 한마디 들으면 섭섭한 마음이 훨씬 덜 할 것 같은데, ‘이 일을 어쩌면 좋겠느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는 데야 어쩌겠느냐며 조용히 잊으라고 말해보았다. 그 여성은 선물을 준 지인에 대한 미안함과 세탁소 주인에 대한 억울함이 교차하면서 며칠이나 지나도록 잠이 잘 오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했다.

또 한 가지 우스운 사례가 있다. 아는 사람이 영화관에서 실수로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쏟았다고 한다. 그런데 옆 자리의 관객이 자신의 명품 핸드백에 음료수가 튀었다며, 크게 화를 내더라는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세탁이나 그에 맞는 금액을 보상하겠다며 사과를 했지만, 신상품 값은 물론 문제의 핸드백은 자신이 기념으로 소지하겠다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바람에 ‘법대로 하라’고 한 발 물러서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법 없이도 산다.’는 말은 규제나 강압의 사슬에 얽매이지 않고 질서를 지키면서도 문제없이 둥글게 살아간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 모든 사람이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면, 걱정할 일이 없겠다. 조금 손해를 볼 수 있고, 조금 덜 가질 수도 있다. 양보와 믿음, 화해와 소통으로 얼마든지 많은 일을 해결할 수가 있다.

법에는 문자로 적어서 문서의 형식을 취한 성문법이 있는가하면, 글로 적혀져 있지는 않지만 관습이나 판례 등 모두가 알고 있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불문법도 있다. 불문법도 법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법대로 하라’는 표현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법을 어겼을 때보다 인간적인 도리를 저버렸을 때 더 큰 지탄을 받게 된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리지 않아 극단적인 경우에 사용하는 ‘법대로 하라’는 말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는 없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스스로 지키는 규범이나 도리, 화해와 소통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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