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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태몽이야기 - <백두산이야기>

기사전송 2017-05-11, 21: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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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유난히 까만 밤이었단다. 공기도 맑고 하늘에 별이 총총한 밤. 무슨 연유인지 홀로 숲길을 걷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조각배 하나가 동동 내려오더란다. 하도 신기해서 쳐다보니까 배 안에 예쁜 선녀가 셋. 그중 제일 예쁜 선녀가 배에서 내려 사뿐사뿐 걸어와 엄마 품에 안겼단다. 그렇게 나는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어느 점집을 가서 태어난 날과 시를 넣어 물어봐도 나는 나중에 크게 될 인물이란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태몽이다. 우리 어머니는 사남매의 태몽을 또렷이 기억하고 계셨는데 늘 틈만 나면 노래처럼 들려주셨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 번이지’라는 말처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태몽이야기가 또 노래처럼 시작되면 어느 대목에서는 “깨끗한 옹달샘에 물을 떠서???.” “똬리를 튼 시커먼 뱀이 발뒤꿈치를 콱!” 어머니 이야기를 앞질러 흥을 빼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태몽이야기가 은연중에 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렸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특별한 사람이다. 이다음에 큰일을 할 사람이다’라는 무의식이 길러졌다. 그게 사는데 힘이 되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결혼을 하고 직장 다니랴, 살림하랴 시댁이란 새로운 관계에 적응하랴 몹시 힘들었던 시기, 잠시 다니러 온 친정에서 몸을 누이고 있는데 그 사이 어머니가 또 태몽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어디 가서 물어도 니는 유명한 사람이 되어 큰일 할 사람이라 카던데???.” 안쓰러운 눈빛으로 널브러진 딸을 내려다보며 이야기 건네시던 그때, 거짓말같이 후끈 가슴이 달아오르며 눈빛이 되살아났다.

그 후 이 책을 만났다. 류재수의 <백두산 이야기>. 나는 늘 이 책을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태몽이라 소개한다. 전집형태의 외국번역물의 무단 복제가 성행하던 시절 1988년 통나무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 작가가 직접 그리고 쓴 단행본이었으니 그 당시로선 놀라운 출판물이었다. 유난히 묵직하고 웅장함이 전해지는 책의 장정으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혀진다. 신화다. 우리 민족의 기원을 담은 백두산 이야기.

옛날옛날 세상이 생겨나기 전에는 모든 것이 혼동인 상태였고 아주 캄캄했다. 하늘과 땅도 구분이 없었는데 틈이 생기면서 가볍고 맑은 기운은 위로, 무겁고 탁한 기운은 아래로 가라앉아 하늘과 땅이 되었다. 그 후 빛이 생기고 생명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사람들도 많아져 마을과 나라를 이루고 평화로운 그 나라를 조선이라 불렀다. 조선 사람들은 착하고 부지런했다.

그들에게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하늘에 해가 둘, 달이 둘이어서 너무 뜨겁고 추워서 살 수 없다는 거였다. 사람들이 하늘에 빌자 천지왕은 흑두거인을 보내 주었는데 실패하고 만다. 이번에는 따님왕에게 빌자 백두거인을 보내주게 되고 백두거인은 해 하나, 달 하나를 없애 조선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흑두거인은 훗날 이웃나라를 충동질해 조선을 쳐들어오지만 백두거인은 흑두거인을 물리친다.

‘어려움이 생기면 너희를 다시 도우러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백두거인은 깊은 잠에 빠져 산이 된다. 훗날 가뭄으로 조선이 다시 한 번 큰 시련을 겪게 되자 사람들은 북을 두드리고 춤을 추며 잠들어 있는 백두거인을 깨우게 되고 백두거인은 다시 굉음을 내며 폭발하면서 비를 내리게 한다. 사람들은 언젠가 다시 큰 일이 일어나면 백두거인이 우리를 도와주러 올 것을 굳게 믿는다.

흔히 외국 나가 살게 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모국은 어떤 의미며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뿌리며 정체성이 아니겠는가. 내가 누구인지 알려면 조상의 뿌리부터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개인의 태몽은 물론 민족의 태몽을 어릴 적 들려주어야 한다. 부지런하고 선량한 조선의 사람들 이야기와 백두 거인을 가슴에 심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기술자는 외국에서도 손재주가 뛰어날 뿐더러 성실하고 책임감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부지런하고 선량하고 뛰어난 민족의 DNA가 분명 있는 것이다. 작은 나라에서 일으키는 IT기술과 한류를 보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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