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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고

어린이날 아이에게 화를 냈다면

기사전송 2017-05-15, 21: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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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엄마들과 10년 넘게 상담을 해왔지만 아이에게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경우는 잘 만나지 못했다. 대부분은 그 나이에 있을법한 문제들과 할 법한 말썽들을 피우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엄마들은 세상 다시없을 심각한 문제를 가진 아이 부모처럼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상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아이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나는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별 문제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얘기를 드리면 안심하며 돌아가는 엄마가 있는 반면, 문제의 심각성을 나에게 알리기 위해 더 열심히 아이를 비난하는 엄마도 있다.

아이가 얼마나 자신의 얘기를 안 듣는지, 얼마나 산만한지, 얼마나 학습지를 안 풀면서 자신을 열 받게 하는지를 이야기할 때 엄마의 목소리에 섞여있는 감정은 ‘분노’다. 아이라면 엄마 말을 안 듣고 산만하고 학습지를 푸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당연한데 도대체 왜 이 문제에 엄마들은 화가 나는 걸까? 아이에게 분노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나는 엄마에게 묻는다.

“어머니 어린 시절은 어떠셨어요?” 내 갑작스런 질문을 받은 엄마는 애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묻는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한다.

“어머니는 어릴 때 부모님께 사랑을 많이 받으셨어요? 엄마와의 관계가 좋으셨어요?” 내 질문에 엄마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환하고는 심난한 얼굴이 된다. 그리고는 무엇에 끌린 듯, 자신이 사랑받고 싶어 그토록 노력했는데 엄마는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언니만 예뻐하고 자신은 등한시했다거나 엄마 아빠의 사이가 안 좋아 힘들었다, 엄마에게 많이 맞았다, 엄마가 우울증을 앓아서 집안 분위기가 항상 무거웠다 등 구구절절한 과거 이야기가 한참이나 이어진다. 과거를 고백하던 엄마는 결국 눈물을 흘린다. 상처받고 겁먹은 ‘자기 내면의 아이’를 불러냈기 때문이다.

엄마의 불안과 분노 뒤에는 다 치유되지 못한 엄마 자신의 상처가 숨어있다. 그 상처가 복병처럼 숨어 있다가 아이문제와 만나면 확 튀어나와 엄마를 분노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것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다 치유되지 못한 엄마의 상처가 건드려졌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이의 모습에서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보일 때 화가 난다. ‘이런 문제를 가진 내가 나도 짜증이 나는데, 내 아이마저 같은 모습으로 살면 어쩌나’하는 불안 때문에 아이의 사소한 잘못에도 크게 화가 난다. ‘나는 어린 시절에 그토록 극심한 고통을 겪었어도 견뎠는데, 너는 이렇게 작은 문제에도 우는 거야?’하며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어린 시절 내가 겪은 고통이 억울하고 분해서 아이의 모습에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 아이를 보며 생기는 분노는 그 원인이 나에게 있다.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때 내 친구가 뒤에서 나를 발견하고 뛰어와 내 어깨를 치며 인사를 한다. 나는 그 친구와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내가 어깨에 크게 곪은 상처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친구가 뒤에서 내 어깨를 치며 인사를 할 때 나는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거나 내 상처에 손을 댄 친구에게 화를 낼 것이다. 아픈 곳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내 상처를 알지 못했다. 그냥 반가워서 어깨를 친 것뿐이다. 그 친구는 잘못이 없다. 그 친구가 옷 속에 감춰진 내 상처까지 알아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나는 친구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원인은 나에게 있는데도 말이다.

긴 연휴 끝에 어린이날이 왔다. 어린이날 나를 열 받게 하는 아이를 보면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이 분노는 과연 아이가 잘못했기 때문인가? 아이는 단지 아이라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이 분노는 나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

만일 내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아이에게 화를 낸 것이라면 아이에게 사과하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봐주자. 아이를 아이답게 대하라는 것, 더 맑고 밝게 자라도록 도와주라는 것, 그게 소파 방정환 선생이 100여 년 전 ‘어린이날’을 선포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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