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없는 연인들이 수도 없이 지나간다
도란도란
都心속 신호를 건넌다
-저마다 푸드득거리며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상처 하나쯤은 안고 걸어갈 거야-
지나간 길 위로
뚝뚝 떨어지는 네온
어느 가난한 해였던가
야근을 마친 젊은 사내의 작업복을
요염하게 밟고 지나가던 그 빛이었든가
상가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버려진 폐지를 줍는 노인의 손수레 위로
후두둑
우르릉
굵은 빗발, 소나기
노인의 젖은 꿈이 눕는다
텅 비어 버린 사내의 시야에
오래된 추억 속 여인 하나 뛰쳐나와
사내에게 연애를 건다
실낱같은 한 生을 뿜어대는 담배연기
화려한 네온 뒤로 몸을 숨기고
기억을 뛰쳐나온 사내가 연애를 한다
쇼윈도 한쪽 끝에 쪼그리고 앉아 희미하게 웃어 보이는
노인의 등짝 굽은 미소 옆으로
나이 없는 연인들이 지나간다
▷▶김명우. 1963년 경북김천産 참글노동문학회.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현) 한시문협 청백리문학 연구위원 현) 낮은 시 문학회 회장.
<해설> 감정은 상대평가이다. 네온 빛이 화려한 날 일수록 야근하고 나오는 처지가 더욱 처량할 것이다. 빈 종이 박스 몇 개라도 횡재한 듯 주워 싣지만 비는 그 횡재조차 서럽게 만든다. 연인들조차 모호하니 풍경은 우울할 수밖에. -김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