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많은 만어사에는 부처 눈 닮은
하얀 진돗개가 한 마리 있다
세상에 바쁜 일은 없다는 듯
느릿느릿한 걸음에 절밥이 묻어 있다
사람을 낯설어하지도 짖지도 않는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을까?
화두 하나가 절 마당을 어슬렁거리다
낡은 경전처럼 내 옆에 엎드린다
개가 말을 버리고 묵언 수행 중이니
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가끔 컹컹 짖는다
소원을 비는 돌이 불전함을 들고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를 두고 출타 중이신지
주지스님은 보이지 않는다
“돌에 소원 빌고 가세요”
늙은 보살님 목소리 일주문을 넘을 때
문 앞까지 따라와 합장하는 진돗개 스님
낯선 사람 앞에 불신의 벽을 쌓고
달리는 기차 바퀴 아래서 날마다 컹컹 짖는 내 안에
잠 깬 푸른 바람 한 줄기 든다
▷▶박연실 아호: 난향. 1962년 경남 창녕, 문병란 시인에게 師事.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낙동강문학 시 부분 신인상 수상. 현) 낙동강문학 편집위원.
<해설> 개에게도 불성이 있고, 돌에도 있고 느티나무에게도 불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하던데. 세상사 하나도 바쁘고 어지러울 일 없는 절간이니 진돗개의 품성도 꼭 그 같으리라. 세속에 들면 날마다 컹컹 짖는 나보다, 더 견성한 진돗개. 김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