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면 길을 나서라
그리움에 삶이 허망하고
그리움이 애절하여 밤새 잠 못들 때
신 새벽에 행장 꾸러 길을 나서라
등짐 가득히 그리운 사람들을 꼬옥꼬옥 챙겨 넣고
먼 길을 나서라
인절미 같이 늘어진 길을 지나
낮 익은 시골 토담집을 지나
햇빛가지에 임을 걸어 두고
달빛가지에 벗을 걸어 두어라
비탈진 산길
솔가지 아래서는
꿈속 같은 어머니
아련한 아버님을 내려 놓아라
짐들을 하나 둘 내려놓으면
몸은 차츰 가벼워지고
그리움은 스펙트럼이라는 것을 깨닫노라
옛 풍경이 새 풍경 앞에서 지워지며
먼 미지가 다시 그리움이 되듯
먼 길 지나서 되돌아보면
옛 그리움은 새 그리움 앞에서
그냥 지고 마는 아득한 추억이 되는 것을.
◇최규목(崔圭睦)=1998년 <대구문학> 등단
시집 <샛강에서 자맥질하다>
<감상> 세월이 갈수록 고향도 그립고 부모님도 그립고 친구도 그립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그리움 안에서 살아가기에 옛 그리움은 새 그리움 앞에 그냥 지고 마는 것 같지만 그 그리움 안에 꿈과 사랑과 아픈 추억을 간직하며 살아가게 되는 우리의 삶이 있기에 가슴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내 마음과 같이 시인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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