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들풀 사이로
흐르던 한줌 냇물도
얼어붙은 三冬
흩어져 떠돌던
마른 풀잎마저
잠들어 버렸는데
하얗게 얼어 버린
내 가슴 속을
쓰러지듯 안기어 오는
이 여린 햇살을
어찌 거둘까?
◇황영숙=1990년 우리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은사시나무 숲으로> <따뜻해졌다>
2012년 대구예술상 수상
<감상> 겨울에 마주하는 햇살은 유난히 마음 깊숙이 들어오는 느낌이 있다. 그 세찬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치는 사이를 비집고 다가와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 품처럼 나를 어루만진다. 그 여름의 따가운 햇살은 잔인하여 피하고 싶지만, 겨울이 오면 어느새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 치열한 동물적 생존본능을 안으로 숨겨주며 인간성을 밖으로 드러나게 한다.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는 서로에게 겨울의 햇살 같은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은가?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