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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편지

기사전송 2017-03-21, 21: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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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 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천상병=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중퇴
 1952년 ‘문예’에 ‘강물’, ‘갈매기’ 등이 추천돼 등단
 시집 <새> <주막에서>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감상> 한 벌의 옷으로 17년간을 산에서 지낸 분이 있다. 세상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음을 부끄럽게 여겨 17년 동안 입을 닫고, 인간이 바르게 사는 법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죽었다 깨어나기를 수십 번, 목숨을 걸고 정진했다고 한다. 쓰레기를 주우며 오로지 버려진 음식만을 취하면서... 상황에 따라 말이 달라지고 생각이 변하는 사람들이 메이커인 시대에 그 오랜 시간을 한결같은 초발심으로 뜻을 이룬 비메이커의 이야기와 가난함 속에서도 초심을 잊지 않으려던 순박한 시인의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다. 밥 한 끼의 만족함에도 스스로에게 초심을 당부하는 청빈함이 가난조차도 아름답게 느껴지게 한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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