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이생진=<현대문학>을 통해 김현승 시인 추천으로 등단
시집 <산토끼> <그리운 바다 城山浦> <섬에 오는 이유> <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 <먼 섬에 가고 싶다>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
1996년 윤동주 문학상, 2002년 상화(尙火)시인상 수상
<감상> 시인께서 제주도 성산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리움이 가득한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연작시는 제주도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그 중에서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고독과 그리움을 표현한 ‘술에 취한 바다’가 기억에 남는다.
넓은 바다는 언제나 다난한 일상에 시달리고 메말라가는 정서에 우리의 삶이 힘겨울 때 잠시나마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오늘같이 따사로운 봄날, 비린 바다내음 안주삼아 소주한잔 들이키며 내일의 삶의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는 바다가 진정 그리워진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