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저 편에 너를 세워두고
혼자 가는 길, 자꾸만 발이 저리다
잡목 숲 고요한 능선 아래 조그만 마을
거기 성급한 초저녁별들 뛰어내리다 마는지
어느 창백한 손길이 들창을 여닫는지, 아득히
창호지 구겨지는 소리
그 끝을 따라간다.
둥근 문고리에 찍혀 있는 지문들
낡은 문설주에 문패 자국 선연하다
아직 네게 닿지 못한 마음 누르며
혼자 가는 이 길,
누가 어둠을 탁, 탁, 치며 걸어오는지
내 마음의 둥근 문고리를 잡아 당기는지
◇강문숙=1991년 <매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1993년 <작가세계>신인상 등단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외
<감상> 누구에게나 마음의 문고리는 있다. 그 문고리를 잡았다가 놓는 손, 혹은 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이 있다. 강문숙 시인의 둥근 문고리는 쉽게 열리지 않는다. 네게 닿지 못한 마음이 내 안에서 그 문고리를 꼭 쥐고 있는 탓일지, 문고리를 당기는 손이 그 힘을 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건 혼자 가는 그 길에는 초저녁 별들이 희미하게 떠 있다. 내 마음 저 편에는 여전히 ‘너’가 서 있다. 아니 ‘나’를 세워두고 있을 지도 모른다. 여전히 둥근 문고리에는 수많은 망설이던 지문들이 선연하게 찍혀 있다. 미련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우리들의 마음이 그렇게 찍혀 있다. -김사윤(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