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직껏 참빗을 쓰신다
노인네 치아처럼 듬성듬성한 빗살에
오십 년 세월이 박혀 있다
새 빗으로 빗으면
머릿결은 쉽게 길이 들지만
깔깔한 말총처럼 마음이 일어선다고
흐트러진 집안마냥 어수선하다고
어머니는 지금도 낡은 참빗을 고집하신다
이빨 빠진 빗이어서
여러 번 손이 가지만
올올의 머릿결에서 어머니는
묵묵히 세월을 빗고 계신다
도란도란 그 세월 조각을 모으는 손끝
엉성한 참빗이 빚어내는 저토록 정갈한 리듬
어머니께 필요한 건 그 빈 틈새였던가
한평생 꽉 찬 인생으로만 살아오신 길
그 어디쯤에 있을 사잇길 같은
◇서금자=<한국문인>등단. 울산시인협회
한국예인문학상, 울산 시문학교실 회장
문집 <아침을 열며>외
<감상> 참빗은 대개 대나무나 대모를 이용해서 만드는데, 매우 촘촘하며 빗에 들기름 따위를 발라 비듬을 제거하기도 한다. 얼레빗이 반달 모양으로 성긴 데 반해 참빗은 잘못 빗으면 머리카락이 뽑힐 만큼 치밀하다. 시인은 어머니가 살아온 삶이 이렇듯 빈틈이 없는 줄 알았나 보다. 참빗은 급히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머리가 엉키게 마련이다. 천천히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거울 앞에 앉아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함께 했을 참빗, 반백년 동안 사용한 참빗은 이제 낡아서 이가 하나둘 빠졌지만, 어머니가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흐르는 세월과 함께 머리카락이 듬성해져서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어머니는 그 빠진 참빗의 빗살 간격만큼, 딱 그만큼의 삶의 여유를 누리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김사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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