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29일 수요일    단기 4350년 음력 3월2일(乙卯)
오피니언최영호의 세상만사

4당체제 키워드는 협치와 정체성

기사전송 2016-12-28, 21:20:57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싸이로그 구글

논설실장
논란과 화제속에 27일 새누리당 의원 30여명이 집단 분당을 선언하고 가칭 개혁보수신당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으로 분당된 데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권당도 새누리당, 개혁보수신당으로 쪼개진 것이다. 정국은 이제 4당체제로 굴러가게 됐다. 4당체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른바 1노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가 열리며 시작된 이후 90년 3당 합당으로 종료된 지 26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1987년 개헌 후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125석), 평화민주당(70석), 통일민주당(59석), 신민주공화당(35석) 등 4개 교섭단체가 탄생해 3당합당 전까지 약 2년간 지속했다.

이번 4당체제는 30년 만에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촛불집회의 산물이다. 그렇다고 4당체제가 곧 촛불의 완성으로 보긴 힘들다. 4당체제가 불통과 불투명으로 대변되는 박근혜식 정치를 청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4당체제가 곧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적 숙제를 완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 촛불은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패거리 정치, 제왕적 대통령제, 정경유착에서부터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굴종하는 침묵의 나선문화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 문화 저변에 깔린 적폐들을 하나씩 찾아 소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4당체제는 한국식 민주주의의 확립에 중요한 시험대이다. 새로운 4당체제에서 생산될 정치역량에 따라 한국의 미래지형은 변할 것이다. 그래서 각 정당들은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고질적인 지역감정이나 마타도어식 인신 공격에 매달린다면 한국 정치는 발전하지 못한다. 더욱이 한국은 권력 진공 상태에 빠져 태풍 앞의 촛불 신세다. 경쟁 속 4당 협치체제가 무리 없이 작동한다면 대선 뒤 한국 정치의 새로운 발전 모델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목할 점이 있다. 이번의 4당 체제는 과거와는 정치 환경과 정당의 속성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장밋빛 꿈만을 꿀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전 4당 체제는 선거의 결과다. 따라서 유권자의 결정에 따른 절차적 정통성을 가졌다.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4개 정당은 지배지역에서 절대적인 정치 지지를 누렸다. 그 시절 정당들은 보스 정치인을 중심으로 높은 응집력을 과시했다.

이번의 4당 체제는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의 탈당에 따른 결과이다. 과거 3김처럼 정당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어 정당들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이고 존속 여부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당들의 고민은 공고한 지지층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있다. 여전히 지역주의는 중요한 변수지만 이전보다 약화되었을 뿐 아니라 지역주의에 의존해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 같은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4개의 정당이 어떻게 협력과 대립을 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각 정당만의 정체성 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정당들은 구체적인 국가 운영의 로드맵이 포함된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 보수의 분열로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간의 선명 보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비박계 중심의 개혁보수신당은 당명에 보수개혁이 포함돼 있으니 당연히 개혁을 기치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새누리당과 경쟁을 통해 소위 국민이 원하는 보수의 이념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보수진영도 적자생존의 냉엄한 현실이 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있어서 지금까지 선거는 정책이 결정한 선거가 아니었다. 지역주의나 집권당의 실정(失政)에 기댄 선거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거대 양당이 국민의 지지를 독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정치인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정치의 시대도 지났다. 4당체제를 계기로 정치 지형의 본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4당 체제는 국민의 선택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경쟁의 심화뿐 아니라 국민의 요구가 까다로워졌다. 지금은 정당이 정책에 기반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한 최소 조건이 됐다.

이런 가운데 4당체제 등장으로 어느 정당이 대구·경북의 주도정당으로 등장할 지도 관심사다. 대구·경북의 주도정당이 곧 보수정당의 주축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정당 정체성에 따라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

4당체제 등장으로 선거가 정책을 결정하고, 정당 정책이 선거의 승패를 가늠하게 된다면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진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난 국민의 관심은 진실성에 있다. 그렇기에 각 정당의 선명한 정체성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요즘 싸이로그 구글
제9회 경주관광해변가요축제
2016포항해변전국가요제
<이명철 교수의 맛기행>
 월남쌈 전문점 '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