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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생활법률

우리 아파트도 권한대행

기사전송 2017-03-14, 21: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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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여기도 저기도 권한대행!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바야흐로 권한대행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대통령도 권한대행, 헌법재판소장도 권한대행, 이제 여당의 이름이 떨어져 나가버린 정당의 대표자도 권한대행, 여당에서 갈라져 나와 새로 만들어진 정당의 대표자도 권한대행이다. 몇 달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제1야당에서 갈라져 나와 새로 만들어진 정당도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이름의 권한대행이 대표자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일시적인 유행인지는 몰라도 최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에 대한 해임절차가 급증하고 있고 그 결과 해임된 회장을 대신하는 권한대행이 아파트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져 우리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뭔가 씁쓸한 느낌이 든다.

아파트의 경우 동대표 해임절차와 대표회장 해임절차는 명백히 구별된다. 법령에 의하면 반드시 동대표 중에서 회장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회장은 동대표 지위를 겸하고 있어 동대표 해임절차와 회장 해임절차의 법률적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주민들의 직선으로 선출된 회장은 입주민 1/10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임되고, 회장의 직위에서 해임되어도 동대표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동대표에 대한 해임절차는 해당 선거구 주민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이루어지고, 이 경우 동대표의 지위를 상실하면 회장 직에 있던 자는 자동적으로 회장의 직까지 잃게 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회장이 관리규약을 위반하여 해임사유가 발생한 경우 항상 동대표의 관리규약 위반 문제도 동시에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아파트 전체 주민투표로 회장 해임절차를 통하여 회장 지위만 상실시키는 방법과 해당 동주민들의 투표로 동대표 지위를 상실시키고 그 효과로 인하여 회장의 지위까지 자동적으로 상실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회장에 대한 해임 주민투표의 통과가 어려운 경우 회장의 동대표 자격을 상실시켜 우회적으로 회장 지위를 상실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결국 회장의 해임은 아파트 전체 입주민들의 투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무력화되고 아파트 전체 주민 중 일부에 해당하는 어느 특정 동 주민들의 의사로 회장의 지위를 상실시키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는 주장이 많고 실제 재판부에 따라서는 ‘회장 해임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동대표 해임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무효이다’라고 판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압도적인 판결은 ‘회장 여부에 관계없이 해당 동대표 해임투표를 진행할 수 있고, 그 결과 동대표에서 해임되면 당연히 회장직이 상실되고 무효가 아니다’고 하고 있다.

동대표가 회장에 선출되어도 해당 동 주민들은 자신들이 뽑은 동대표의 위법행위가 있으면 언제든지 자신들의 손으로 동대표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동대표 선출에 있어 주민평등의 원칙’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므로 후자의 판결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수긍이 간다. 즉, 다른 동 주민들은 자신들이 선출한 동대표의 위법이 확인되면 해당 동에서 해임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데 우리 동의 경우 동대표가 회장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해임투표를 하지 못한다면 ‘우리 동 주민들은 사실상 동대표 임면권이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권한대행이 늘어나는 이유, 즉 당초의 대표자가 쫓겨나거나 스스로 사임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긍정적으로 본다면 종전에 행하여지던 관행적인 불법이 사회 곳곳에서 시정되어 헌법재판소에서 언급한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하였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는 ‘불법행위에 대한 평등’이 이제는 용인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볼 수 있다.

부정적으로 본다면 위로는 사회 지도층, 아래로는 아파트 단체까지 우리사회의 모든 곳이 골고루 썩었거나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대한 사명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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