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간도 서먹하게…깊은 ‘탄핵의 골’
부자간도 서먹하게…깊은 ‘탄핵의 골’
  • 남승렬
  • 승인 2017.03.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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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친구·가족 등과
‘인용’ vs ‘기각’ 갑론을박
반목·갈등에 심한 스트레스
“인용인가, 기각인가.”

여야 정치권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에 모든 신경이 쏠렸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식사자리나 저녁 술자리의 안주는 단연 ‘탄핵’이었다.

‘보수의 심장’ TK(대구·경북) 지역의 민심도 대통령 탄핵선고 ‘인용’과 ‘기각’을 두고 술렁였다. 헌재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탄핵을 찬성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은 막판 여론전에 가세해 열을 올렸다.

특히 선고가 임박한 탓에 직장 동료와 친구 등 지인들끼리 소소한 반목(反目)과 언쟁도 연출됐다. 친밀했던 사람들이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미묘한 갈등을 빚는 상황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드러났다.

직장인 김 모(37)씨는 이날 같은 부서 단체 카톡(카카오톡)방에 헌재 재판관 8인이 모두 인용 선고를 내린다는 것을 암시하는 프로필 사진을 올렸다가 직장 상사에게 “(사진 같은 것 올리지 말고) 일이나 해라”는 핀잔을 들었다. 김씨는 “정치·사상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데 요즘은 (탄핵 관련)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만 하면 직장 상사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부딪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상사와 부하 직원이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도 연출됐다. 대구 북구의 한 회사 부장 박 모(48)씨는 “개인적으로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젊은 부하 직원들이 싫어할까봐 웬만하면 탄핵 관련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며 “젊은 층들이 너무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것 같아 답답할 때가 많다”고 했다.

반면 탄핵에 찬성하는 직장인 이 모(42)씨는 “나이 드신 회사 상사 대부분이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봐 탄핵에 찬성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며 “탄핵심판 선고 때까지 숨 죽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탄핵과 맞물린 조기대선에서 특정 후보 지지 여부를 놓고서도 갈등이 발생했다. 직장인 최영민(38)씨는 “아버지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빨갱이’라고 하는 바람에 말싸움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질 뻔 했다”며 “아버지와 정치 얘기는 꺼리게 된다”고 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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