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북한군 병사의 귀순에 총성으로 얼룩졌던 ‘분단의 상징’ 판문점이 대규모 북한 예술단의 방남 경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15일 열린 남북 실무접촉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 예술단 140여 명의 방남 경로로 판문점을 경유해 서울-평창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남측에 수송수단 등의 편의 제공을 요청했다.
판문점을 통해 140여 명이 한꺼번에 내려오는 건 이례적이다. 정부는 유엔군 사령부와의 협의를 거쳐 판문점을 통한 북한 예술단의 육로 방남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술단의 방남인 만큼 큰 문제가 없다면 이들의 판문점 경유는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판문점에는 출입경 시설이 없지만 유엔사의 협조가 확보된다면 남북 간 사전협의로 해결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북측이 출입경 시설이 대규모로 갖춰진 경의선 육로 대신 판문점을 선택한 배경도 주목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 방문단의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대규모 예술단이 판문점을 넘는 모습을 연출해 파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16일 “판문점은 정치적 상징성이 워낙 큰 곳”이라며 “예술단의 판문점 경유를 통해 북한이 평화를 존중하는 정상적 체제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발신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 출입경에 주로 이용되던 경의선 육로의 경우 개성공단을 남측이 끊은 상황에서 우리가 요청하면 몰라도 먼저 (방남경로로) 택하고 싶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