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 값 4천원 지급…편의점 도시락마저 ‘빠듯’
밥 한 끼 값 4천원 지급…편의점 도시락마저 ‘빠듯’
  • 강나리
  • 승인 2017.11.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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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카드 있어도 빵·라면만 먹어요”
대구 결식 우려 아동 2만여명
1일 전자카드 한도 ‘1만2천원’
사용 가맹점 65%는 편의점
인스턴트 식품으로 허기 달래
시민단체 “단가 5천원대 인상
식품업체와 가맹 협약 나서야”
결식 아동을 위한 대구시의 급식지원 정책이 헛바퀴를 돌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급식전자카드(컬러풀드림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대부분 편의점인 데다 한끼 단가도 4천원에 불과해 아동 급식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8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서 컬러풀드림카드를 이용하는 결식 우려 아동은 1만9천여명이다. 현재 1식 지원 금액은 4천원이며 1일 사용한도액은 1만2천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컬러풀드림카드를 이용한 아동 1인당 카드 잔액은 지난 2012년 대비 21% 가량 증가했다.

또 지난 2015년 급식단가가 3천500원에서 4천원으로 인상됐을 때도 컬러풀드림카드 사용률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복지시민연합에 따르면 매년 140억원에 달하는 아동급식예산의 20% 이상(약 30억원)이 집행잔액으로 남았다. 해마다 수십억원의 집행잔액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동들의 컬러풀드림카드 이용률이 저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컬러풀드림카드로 식사비 결제가 가능한 대구 전체 가맹점 1천200여곳 가운데 800여곳이 편의점이다. 균형잡힌 한끼 식사가 가능한 가맹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아동들은 분식·중식 등을 판매하는 가맹점에서 혼자 식사를 하며 동정의 시선을 받는 대신, 간편히 한끼를 때울 수 있는 편의점에서 컵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을 사먹게 된다. 심지어 편의점 도시락조차 4천원을 약간 웃돌고 있어 빵이나 우유 등의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는 아동들도 있다. 대구시는 지난 9월부터 컬러풀드림카드 이용 확대를 위해 1일 사용한도액을 8천원에서 1만2천원으로 확대하고, 잔액 소멸 기간을 1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했다. 또 가맹점이 부담하는 컬러풀드림카드 단말기 월 사용료(약 1만1천원)를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급식단가 인상은 내년에도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아동수당 정책에 따라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갑자기 확 늘었다. 안타깝지만 내년도 급식단가 인상은 힘들 것 같다”며 “대신 급식카드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등 현재 시스템의 미비점을 보완해 최대한 많은 아동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시민단체는 내년도 급식단가를 최소 5천원까지는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1일 사용한도액을 확대한 것은 기존 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구시가 프랜차이즈 도시락 업체와의 가맹점 협약에 나설 것 △단체급식 강화를 위해 동 주민센터 인력을 활용, 방학 중 중식을 지원받는 아동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것 △급식 종류별 예산 관리, 사업 집행 정도 및 아동 수 파악을 명확히 할 것 등을 요구했다. 황성재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은 “급식단가를 올려도 별도의 예산 증액 없이 집행잔액 30억원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며 “급식카드 가맹점을 대폭 늘리는 것을 전제로, 급식단가부터 인상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지적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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